책 제목 -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거야
지은이 - 김준
출판사 - 웅진 지식하우스
목차 - 프롤로그 과학이라는 여행 / 1. 이토록 아름다운 쓸모없는 것들, 어쩌다 과학자, 예쁜꼬마선충은 사랑입니다,
쓸모없는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장균은 예쁜꼬마선충이 된다, 생물이 미생물에 대처하는 자세,
재미있는 논문의 기쁨과 슬픔, 더 많은 연습문제가 필요한 이유 / 2. 과학하는 마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아주 작고 따뜻했던 생쥐에 대하여, 언제나 새로운 눈이 필요하다, 다함께 생물 덕질합시다,
작고 투명해서 고마운 친구들,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 / 3.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돌연변이,
온갖 생명의 과학, 우리에겐 더 많은 돌연변이가 필요하다, 어떤 ‘오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구상에 5해 마리가 살고 있다, 망가진 염색체도 노력을 한다, 살아 있는 모두는 각자의 전략이 있다 /
4. 과학의 기쁨과 슬픔, 진화 연구의 끝자락, 연구 노동자와 두 노예, 과학자는 무엇을 먹고사나,
연구실에서는 날마다 무슨 일이!,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 / 에필로그 과학자로 살아남기
물리학이 세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수학이 세상의 규칙을 증명한다면, 생명과학은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사랑함으로써 인류의 삶을 진일보시키는 학문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름만으로도 생경한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서울대 생명과학 박사 김준이 들려주는 ‘생물 덕후’ 과학자들의 24시간 연구실 일상과 생명과학계의 치열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또한 진화, 유전, 질병, 노화 등을 연구하기 위해 현재 생명과학이 어떤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생명과학의 역사부터 최신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는 다채로운 모델 생물들 이야기까지 어려워만 보이는 생명과학의 흥미로운 지식 정보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이야기들도 함께 담았다. 과학 에세이 분야에서 다소 낯선 ‘생명과학’을 주제로 하여, 액체가 부글거리는 실험실이 아닌, 생명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이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연구하는 생명과학자들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시종 유쾌하게 들려준다.
-[Yes24 책소개]
제가 이번에 리뷰할 책은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거야>로,
생명과학분야에서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고 있는 김준 연구원의 생명과학 에세이입니다.
책 제목인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거야'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과학 연구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쓸모없는 일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두더지쥐가 매운 걸 잘 먹나 못 먹나를 확인하는 연구를 하거나,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벌레의 행동을 보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하지만 하찮은 벌레를 통해 발생과 노화라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했던 유전자 편집 기법을 유산균에서 찾아낸 것처럼,
얼핏 봐서는 전혀 중요할 것 같지 않은 보잘것없는 것들이
어쩌면 지식의 한계를 부술 결정적인 연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지도 모르는 거죠.
"벌레? 그런거 연구해서 대체 뭐에 써?"
라는 말을 저자는 정말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작가가 연구하는 분야는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자 진화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은 120여 년 전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사서로 일하던 에밀 모파스가
취미로 현미경을 통해 흙을 관찰하면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현미경으로 보이는 벌레들의 꿈틀거리는 몸짓이 모파스는 우아하게 보였는지,
그 몸짓에서 영감을 얻어 '우아한 선충(Rhabditis elegan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예쁜꼬마선충이라는 공식 명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벌레에 지나지 않지만, 놀랍게도 예쁜꼬마선충 유전자의 70-80%는 사람의 유전자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할 수 없는 실험을 선충들을 가지고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온갖 돌연변이를 만들어 발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를 인간 유전자와 비교하는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예로,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체 지도 작성 사업이 있습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예비 실험으로 사람의 유전체 크기의 1/30인 예쁜꼬마선충으로 실험한 것입니다.
그 결과 1998년 다세포 생물로서는 처음으로 유전체 지도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저 작은 벌레라고 생각했던 선충을 통해 인간의 거대한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연구하는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낼 뿐만 아니라
과학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줍니다.
사실, '엄마, 참외는 왜 줄이 모두 똑같이 10개씩 그어져 있어?'라고 어렸을 때부터 과학적인 질문을 했던 이야기나,
퇴근하고 집에서 할 일이 없어 학술지를 슬슬 훑어봤다는 이야기,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 사비로라도 연구를 해볼까 고민하는 생물학 덕후의 모습 등을 볼 때면
같이 생물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부러운 마음이 컸는데요.
마치 책의 저자가 대가들의 연구를 보면서 자괴감을 느낀 것처럼,
저도 자신이 하는 연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저자의 모습에 괜히 질투가 났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과학과 연구를 하는 일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거든요.
저자는 생물학과 자신이 하는 연구를 정말 좋아하고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과학자로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또한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하루 14시간을 연구실에 있는 일상이나
자발적 노예 생활은 학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필수 조건이라고 말하면서요.
그리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연구에 뜻 깊었던 선배 연구자가 박사를 졸업하고 치전을 준비하겠다는 선언과,
그에 대해 '형은 역시 현명하네'라는 대답을 했던 저자의 이야기는 마냥 웃고 넘길만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생활비 정도만 받으면서 주 60-80시간씩 일하는 근무 환경과
그렇게 참고 버텨도 학계에 자리 하나 잡지 못하는 것이 현재 과학자들의 현실입니다.
저자는 대학원을 마친 뒤 계속해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될까 질문하며
이 바닥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도 운이 없어서도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자의 동료들이 열심히 연구했으며 각자의 분야에서 10% 안에 들어갈 정도로 실력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밥벌이가 힘들다는 것은 일개 연구자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뛰어넘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와 관련하여 연구비 체계나 학술 정책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을 했는데요.
이러한 내용들이 과학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 대신 실제 과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처한 문제와
현실에 대해 잘 말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공감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너무나 사랑하여 이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다는 저자의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대학과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는 과학이라는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히 과학자들이 뭘 하는지, 어디에 취직을 하고 살아가는지 알기 힘듭니다.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 생명과학자로 살아가고 있는 과학자가 쓴 책을 읽어보며
그 내용들을 짐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은 저자가 퇴근을 하셨길 바라며..! 다음 책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
개인적인 책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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