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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리뷰

[도서리뷰] 운명의 과학

by yeonnni 202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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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운명의 과학 운명과 자유의지에 관한 뇌과학

지은이: 한나 크리츨로우

옮긴이: 김성훈

출판사: 브론스테인

목차: 1.자유의지냐 운명이냐/2.발달 중인 뇌/3.배고픈 뇌/4.보살피는 뇌/5.지각하는 뇌/6.믿는 뇌/7.예측 가능한 뇌/8.협동하는 뇌


책 표지 (출처; yes24)


  '1. 자유의지냐 운명이냐' 부분에서 저자인 한나 크리츨로우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관한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하며서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나는 세상 현실에 대한 인간의 개별 인식을 어떻게 구축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중략) 생물학적 결정론이라는 맥락에서 뇌를 조사하고 있다고는 해도 건강과 관련된 결과, 특히나 정신건강과 관련된 결과에 대해서도 얘기하려고 한다. p. 21-22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남겼다. (중략) 왜 그럴까? 인생의 궤적에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그 차이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한 개인의 자기보호 능력을 키워서 인생이 어떤 시련을 안겨 주더라도 잘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p. 34

 

  저자가 가졌던 것과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같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어렸을적 불우한 환경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올곧게 자라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잘못된 길로 빠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인생이 달라지게 되건지 의문을 가지곤 했습니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2. 발달 중인 뇌'에서는 유아기, 청소년기, 그리고 노년기에 걸쳐 뇌의 발달 과정에 따라 뇌의 기능과 자아형성에 관한 내용을 서술하였습니다. 청소년기 뇌 발달에 관한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청소년기의 충동적인 행동이 뇌의 발달 과정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거나,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자각함에 따라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신경 연결이 강화되어 학습이 기억으로 응고(consolidation)된다. 그 기억을 되풀이해서 끄집어내면 그 기억은 뇌 속 전기 신호의 기본 설정 경로(default route)가 된다. 이렇게 해서 학습된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p. 53

 

청소년기에 큰 변화를 거치는 뇌 영역 중 하나는 이마 바로 뒤에 자리 잡고 있는 앞이마겉질이다. 이 영역은 의사 결정, 미래 계획, 부적절한 행동의 억제, 불필요한 위험 감수 행동의 예방, 타인을 이해하기 등 소위 사회인지와 자기인식 등을 비롯한 수많은 고등 인지 기능에 관여한다. (중략) 10대의 앞이마겉질은 그런 시냅스 가지치기가 대량으로 일어나는 장소다. (중략) 10대에는 뇌의 회백질이 줄어든다. 앞이마겉질에서는 무려 17퍼센트나 줄어든다. (중략) 본질적으로 보면 이 중요한 시기가 끝날 즈음에는 외부 세계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p. 63-65

 

청소년기는 자의식이 가장 강하고 또래 압력에도 가장 민감한 시기일지 모르지만, 이런 것들 모두 고유의 정체성을 구축해 가는 과정의 일부분이고, 이것이 10대 시절의 핵심 과제다. (중략) 10대가 충동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경험의 레퍼토리를 더 크게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런 경험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앞이마겉질을 다듬는 데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미래의 의사 결정 과정과 사고 과정이 정해진다. p. 67-68

 

  위에서 언급한 청소년기가 20대 중반까지 이어진다는 데 동의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고등학교 시기와 더불어 대학교 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 배고픈 뇌'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식욕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을 선택하는 과정이 뇌에서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몸과 뇌가 연결되어 있는 한, 먹는 것은 늘 다다익선이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보상체계다. (중략) 우리는 먹을 것을 찾고, 그것을 먹고, 번식하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에 동기를 얻도록 진화했다. p. 93

 

  많이 알려져있다시피 우리 인간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섭취한 음식물을 피하지방으로 축적하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으로 진화하였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빠르게 발달하는 동안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의 진화 속도는 매우 더뎠습니다. 따라서 현재 먹을 것이 풍부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 적합한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비만'이라는 질병에 많은 사람들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음식 선호도처럼 보편적 신경 회로에 의해 나오는 행동조차도 대단히 정교하고 복잡한 많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행동이 모두 제각각 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체중을 감량하고 더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도울 한 가지 행동 변화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 자기만의 특별한 욕구에 따라 식욕을 느끼는 존재지만 시간을 들여서 자기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본다면 변화가 불가능하지 않다. p. 120

 

  서로 다른 신체기능을 가졌기 때문에 개개인에 맞는 체중 감량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개개인이 가진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시각은 새로웠습니다.

 

 

  '4. 보살피는 뇌'에서는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번식의 행동과는 다른 동성애와 무성애에 관한 내용을 다룬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아직은 밝혀진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모든 복잡한 행동이 그렇듯이 하나의 유전자 부위가 성적 취향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아직은 성적 취향에 연루되어 있는 유전자를 찾기도 요원한 상태다. 수십 년에 걸쳐 남성이나 여성의 동성애와 관련된 유전자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어느 유전자인지 확인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지만 그 연구 결과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일관성이 없고, 결론도 보통 불분명하다. p. 138

 

현재로서 무성애 뇌의 연구는 아주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무성애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거기서 나오는 통찰도 달라진다. p. 139

 

 

  '5. 지각하는 뇌'에서는 인간의 신념을 구축하는 밑바탕이 되는 지각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같은 물체를 보더라도 사람바다 각각 인식하는 것이 다르다는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저자는 이를 '현실'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자기만 갖고 있는 뇌의 특성 덕분에 자기만의 맞춤형 ‘현실’에서 살고 있다. (중략) 개개인이 갖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감각은 구성된 것construct이다. (중략) 지구 위에는 70억 명 이상의 사람이 살고 있으니까 결국 현실도 서로 다른 70억 개의 현실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p. 165-170

 

뇌는 지속적으로 기존의 경험을 끌어들여 자신이 지각하는 것에 대해 가정을 하고 있다. 이것은 생존에 크게 기여한 중요한 기술이다. 덕분에 과거에 있었던 일들 바탕으로 빠른 추론을 내리고 엄청난 정보가 홍수처럼 입력되는 상황에서도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p. 170-171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뇌를 분석해 보면 학습, 기억, 추론, 유연성, 고등인지조절에 관여하는 회로에 신경 연결이 더 적은 것으로 나온다. (중략) 이렇게 되면 모든 감각을 통해 들어온 걸러지지 않은 온갖 정보들이 폭포처럼 뇌에 쏟아지기 때문에 세상은 대단히 혼란스러운 장소가 되어 버린다. (중략) 이들은 이야기를 꾸며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철저히 다르게 지각하고 있는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p. 174-175

 

  최근 미디어를 통해 조현병이라는 개념을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겪는 환청에 관한 동영상을 보았을 때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귓가에서 끊임없이 지속되는 부정적인 소리는 사람들의 인지과 기억을 떨어뜨리는 결과도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조현병 환자들의 하드웨어 자체의 결함으로 인해 걸러지지 않은 정보들이 쏟아져들어오는 하나의 과정이 환각과 환청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6. 믿는 뇌'에서는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관한 내용, '7. 예측 가능한 뇌'는 신경과학을 통해 알게된 내용을 실생활 특히 의학에 적용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8. 협동하는 뇌'에서는 이 전의 내용을 종합하고 초반에 제기한 이 책의 핵심 질문에 관한 대답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7개의 장에서 우리는 우리가 깨닫거나,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신경생물학에 의해 제약받고 있음을 보았다. 그렇다고 이것이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p. 287

 

  저자가 언급했듯이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은 생물학적 운명의 노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기의 뇌 발달 과정에서 형성된 뇌 구조를 통해 개인적인 인지 과정과 습관이 형성되고, 이를 통해 나만의 현실이 만들어 집니다. 또한 내가 음식을 섭취하려는 욕구와 쾌락을 느끼고자 하는 행동 역시 나의 유전자와 뇌에 관한 영향을 받습니다. 다만 환경적 요인이 적용되면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뿐입니다.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변화할 수 있지만 그 의지를 가지는 것조차 현실에서는 매우 드물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평점은 3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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