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천선란, 박해울, 박문영, 오정연, 이루카
출판: 허블
목차: 천선란,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박해울, 「요람 행성」/박문영, 「무주지」/오정연, 「남십자자리」/이루카, 「2번 출구에서 만나요」
천선란, 박해울, 박문영, 오정연, 이루카, 지금의 한국 SF계에서 가장 결정적인 이름을 호명하자면 바로 이들일 것이다. 『천 개의 파랑』과 『기파』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과 박해울, 마찬가지로 한국과학문학상 출신의 오정연과 이루카, 『사마귀의 나라』와 『지상의 여자들』로 각각 SF 어워드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한 박문영. 지금의 한국 SF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그들은 모두 여성이다. 2021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나오는 앤솔러지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는 이 여성 SF 작가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책소개 中에서
이번에 리뷰할 도서는 천선란, 박해울, 박문영, 오정연, 이루카, 다섯 작가의 SF 소설 모음집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입니다. 이 책에 관심이 갔던 이유 중 하나는 지난번에 리뷰했던 소설 「천 개의 파랑」의 천선란 작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책 소개에서도 나와 있듯이 소설을 쓴 작가분들이 모두 현재 한국 SF 분야에서 잘 나가는 작가님들이라 그런지 소설들이 모두 재미있고 잘 읽혔습니다.
천선란 작가의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는 외계 생명체와 전쟁이 끝난 후 주인공 이인이 전우였던 벤을 기리기 위해 그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장소로 향하고, 그 곳에서 겪은 일을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단편인 박해울 작가의 <요람 행성>은 황폐해진 지구를 대신할 요람 행성을 정돈하기 위한 노동자로 선택되어 떠난 리진이 그 행성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세 번째 단편 <무주지>는 박문영 작가의 단편 소설로 자신만의 아이를 갖는 것이 금지되고 다자관계, 공동육아 만을 허용하는 무주지에서 살던 클론 연음과 기정이 자신들의 아이를 직접 키우기 위해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내용입니다. 오정연 작가의 <남십자자리>는 노인들을 위해 마련된 양로 행성에 거주 중인 노인 해리와 양로 행성의 휴머노이드들을 관리하는 팀장 미아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단편인 <2번 출구에서 만나요>는 외계신호 연구원 알리와 인공지능 유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담긴 소설 중에서 오정연 작가의 <남십자자리>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노인들이 거주하는 양로 행성의 휴머노이드들을 관리하는 팀장 미아는 특별한 임무를 위해 양로 행성으로 출장을 가게 됩니다. 미아의 비밀 임무는 치매가 진행되기 전에 시술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현재의 기억을 덮어쓰는 시술의 임상실험 대상자를 찾는 것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 시술을 받을까, 인간에게는 현재의 기억과 과거의 기억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등의 같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과학이 발전한 미래의 외계 가상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은 인간적인 고민을 담고 있고, 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좋은 한국 SF 작가들을 접하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책 평가: ★★★★☆
'소소한 도서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리뷰]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0) | 2021.12.15 |
---|---|
[도서리뷰]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거야 (0) | 2021.12.02 |
[도서리뷰] 운명의 과학 (0) | 2021.11.03 |
[도서리뷰]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남아메리카 이야기 (0) | 2021.10.20 |
[도서리뷰] 마블이 설계한 위대하지만 사소한 과학 (0) | 2021.10.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