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저자 : 에드 용
역자 : 양병찬
출판사 : 어크로스
목차 : 프롤로그/1장 살 있는 섬/2장 별천지가 열리다/3장 보디빌더들/4장 조건부 계약/5장 건강과 질병의 열쇠/6장 기나긴 진화의 왈츠/7장 상호 확증 성공/8장 알레그로 E장조/9장 미생물 맞춤 요리/10장 내일의 세계/감사의 글/주석/참고 문헌/찾아 보기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으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며 우리가 죽고 나면 그들은 우리를 분해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내줍니다. 최근에는 건강에 유익한 장내 미생물을 섭취하기 위해 매일 프로바이오틱스를 챙겨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일종의 동물원이다. 우리는 하나의 몸으로 둘러싸인 거주지이자 여러 종으로 구성된 집합체이며, 하나의 세계이다. 11p.
1장 살아 있는 섬, 이 장의 제목은 우리 인간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앞서 프롤로그에서는 우리의 몸을 동물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몸을 군도로 표현한 것이 굉장히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균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 인간들은 모두 섬이다. (중략) 사실 모든 개인들은 하나의 섬이라기보다는 군도에 더 가깝다. 신체의 각 부분은 각자 독특한 미생물상을 갖는다. 31-32p.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공간은 물론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중략) 생태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천이라도 부르는데, 이용어는 미생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중략) 천이의 정확한 패턴은 동물마다 다르며, 인간은 그중에서도 턱히 까다롭고 별스러운 숙주다. 33p.
공간에 따라 미생물이 변화한다는 내용은 친숙했지만 시간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은 새로운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어머니로부터 미생물을 전달받게 됨니다. 또한 자라나면서 부모와 환경으로부터 다양한 미생물과 접촉하게 되며 미생물 구성이 점차 다양화됩니다.
2장 별천지가 열리다에서는 미생물학의 발달 과정에 대해 서술하였습니다.
미생물학이 발전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현미경의 발전입니다.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태어난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Antony van Leeuwenhoek은 1676년 자신이 개발한 렌즈를 이용하여 빗물을 관찰하여 미생물을 본 최초의 인간이 되었고, 1683년 자신의 치아 사이에 낀 플라크를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자신의 몸속에 있는 미생물을 본 최초의 인간이 되었습니다.
이후 배종설을 주장한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와 탄저균을 발견한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의 과학적 발견에 따라 미생물은 세균과 병원균, 즉 전염병을 옮기는 주범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상반되게 네덜란드의 마르티뉘스 베이예링크 Martinus Beijerinck는 미생물이 인류를 위협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분해자로서 세상의 주요 구성 요소임을 밝혔습니다. 이후, 공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생물은 흔히 질병과 연관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고성능 현미경과 배양 기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6S rRNA 유전자 분석을 통해 미생물의 계통학적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이후 현미경 발명 이후 미생물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히는 메타유전체학metagenomics이 등장하였습니다.
위 사진은 세계 최초의 미생물 박물관, 마이크로피아 Micropia입니다. 마이크로피아는 12년간 1000만 유로를 들여 건축된 곳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014년 9월 문을 열었습니다.
3장 보디빌더들에서는 미생물이 동물에게 발생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미생물이 동물의 면역계에 영향을 주고, 장내 미생물이 동물의 소화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익숙한 내용이지만 미생물이 또한 발생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매우 새로웠습니다.
PGN peptidoglycan과 LPS lipopolysaccharide는 PAMPs pathogen-associated molecular patterns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중략) 병원균pathogen에서 유래하는 P를, 좀 더 포괄적 개념인 미생물microbe에서 유래하는 M으로 바꿔, MAMPs microbe-associated molecular patterns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었다. MAMPs는 (중략) 세균 표면의 분자가 질병을 일으키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만방에 선포한다. 86-87p.
전공책에 등장하는 MAMPs 용어의 유래에 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의 장점은 과학적 내용 및 전문적인 지식에 관해 알기 쉽게 서술한다는 것입니다.
4장 조건부 계약에서는 미생물과 동물의 공생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조화와 협동이 아닌 투쟁과 경쟁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자는 공생이 반드시 조화로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공생이란 본디 중립적인 의미를 가졌지만 권선징악을 선호하는 우리는 대립과 갈등에 대한 것보다 혐동과 화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좋은 미생물'이나 '나쁜 미생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현실에서 모든 세균들은 기생자와 상리공생자라는 극단적 생활 방식 사이의 어디쯤엔가 존재한다. 132p.
세균과 숙주 사이의 유동적인 공생 관계는 관리되고 안정화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곤충은 공생 세균은 균세포 bacteriocyte라는 특별한 세포에 격리 수용하여 통제합니다. 우리와 같은 척추동물의 경우에는 점액, 박테리오파지 bacteriophage, AMPs antimicrobial peptides, 면역세포를 이용하여 미생물종을 관리하고 균형을 유지합니다.
5장 건강과 질병의 열쇠에서 앞장에서 언급했던 숙주와 미생물 사이의 아슬아슬한 조화와 협동이 깨지고 숙주의 관리 체계를 벗어난 미생물들이 어떻게 숙주에 해를 미치는가에 관해 서술하였습니다.
어느 미생물도 그 자체로서는 병원균이 아니지만 특정한 배열을 통해 병원성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미생물 불균형 dysbiosis이라고 한다. (중략) 그리하여 미생물이 통제구역에 발을 들여놓거나 면역계를 과도하게 자극하게 되면 염증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를 기회감염 opportunistic infection이라고 한다. 기회감염은 미생물 불균형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180-181p.
'다양성이 부족한 마이크로바이옴'은 빈약한 건강의 원인일까, 아니면 결과일까? 212p.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고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위한 많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두 가지 종만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게 아니라 미생물 군집 전체를 파악하고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의 회복성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6장 기나긴 진화의 왈츠에서는 동물과 세균 간의 공생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관한 탐구를 담고 있습니다.
자유 생활을 하던 미생물이 숙주 동물의 몸속으로 침입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세균은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세균과 접촉하는 것은 불가피한 경우일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동물의 체내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미생물이 여러 위협 요인을 잘 처리하고 나면 낮은 확률로 안정적인 동반자 관계를 확립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공생 관계가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어야 합니다.
이 장에서 전생활체 holobiont에 관해 알게되었습니다. 전생활체는 삶의 중요한 부분을 함께 보내는 생물들의 집합체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개의 전생활체라고 한다면 개와 그 개가 가지고 있는 세균 등의 집합체를 뜻합니다. 이러한 개념을 유전자 수준까지 확장하면 전유전체 hologenome 입니다.
현재는 공생에 의한 종분화에 관한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그럴듯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간주되고 있지만 좀 더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7장 상호 확증 성공은 처음 들어보는 용어였습니다. 역자의 설명에 따르면 상호 확증 파괴를 빗댄 말로, 상호 확증 파괴가 '너 죽고 나죽자'의 극단적 공멸 개념이라면, 상호 확증 성공은 '너 살고 나살자'의 극단적 공생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들의 기관 형성이나 면역계 조절 등 삶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측면을 미생물에 의존한다. (중략) 일부 동물군이 미생물로부터 부여받은 초능력 등을 이용하여 진화의 승자가 되었으며, 다른 종들이 실패한 곳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한다. 267p.
저자는 상호 확증 성공 mutually assured success으로 일부 심해 미생물들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거대 갯지렁이 중 하나인 갈라파고스 민고삐수염벌레(Riftia pachyptila), 편형동물인 파라카테눌라(Paracatenula) 등 신비한 해양 동물들이었습니다.
8장 알레그로 E장조라는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 어떠한 의미인지 유추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미생물과 파트너를 이루어 진화라는 음악을 느리고 찬찬한 아다지오에서 경쾌하고 활기찬 알레그로로 전환시킬 수 있다. 308p.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세균은 수평 유전자 이동 horizontal gene transfer, HGF를 통해 유전자를 수평적으로 교환함으로써 맹렬한 속도로 진화합니다. 그에 반해 동물들은 새로운 환경에 천천히 적응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공생 세균을 교환함으로써 미생물의 유전자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해조류를 날로 먹었을 뿐인데, 그 사건을 계기로 일련의 소화 관련 유전자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깜짝 여행을 떠났다. 유전자들은 해양 미생물에서 장내 미생물로 수평 이동 하고, 그다음으로는 엄마의 장내 미생물에서 아기의 장내 미생물로 수직 이동 했다. 311p.
굉장히 신선한 내용이었습니다. 동물 자체의 진화의 속도는 느리지만 우리와 공생하는 미생물들의 진화를 받아들여서 빠르게 환경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9장 미생물 맞춤 요리라는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는 미생물의 효율을 높여주는 미생물의 먹이에 관한 내용이라고 추측했지만 이 장은 동물 그 중에서도 인간에게 유용한 미생물 전용 요리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서론에 언급했듯이 최근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더 나아가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앙제로써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유익한 세균 칵테일 (프로바이오틱스), 유익한 미생물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영양소 패키지 (프리바이오틱스), 심지어 한 사람의 미생물 군집을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법 대변 미생물총 이식술(faecal microbiota trasplant, FMT)까지도 개발하고 있다. 344p.
개인화된 주입 personalized infusion 개인의 특성, 즉 체내에 존재하는 생태적 공백, 독특한 면역계, 유전적으로 취약한 질병 등을 감안하여 프로바이오틱스를 주문 제작하는 것이다. 376p.
10장 내일의 세계에서는 미생물 프렌들리한 환경 설계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미생물 프렌들리한 건축 설계란 의도적으로 미생물을 파종하여 유익한 미생물이 풍부한 생태계에 노출되도록 하는 설계를 의미합니다. 이는 전생활체나 전유전체처럼 개체 그 자체의 마이크로마이옴을 넘어서 개체가 서식하는 환경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재구성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홈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확장되어 도시의 마이크로바이옴,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의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미생물에 관한 내용을 담은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공생의 긍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부분을 다루며 우리가 미생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안정을 유지하는지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법도 유익했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저자가 매끄럽게 설명해주어서 좋았습니다. 익숙한 생명체가 아니라 잘 상상이 안되는 심해생물이나 세균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 종종 인터넷에 검색하며 개체의 외형을 찾아보며 읽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평점은 3.5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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