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마들렌 치게
출판: 흐름출판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과 식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소통할까? 식물이 들을 수 있고, 버섯이 볼 수 있다는데, 사실일까? 허풍을 떨고 능수능란하게 속임수를 구사하는 건 인간만의 전유물인 걸까? 그렇지 않다. 새들과 물고기, 심지어 달팽이들까지, 어떤 면에서 그들의 소통법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 책에서 우리는 체내수정을 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대서양 몰리(물고기)에서부터 자신을 노리는 천적을 속이기 위한 암호를 발신하는 지빠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 뿌리,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 눈 대신 세포를 이용해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라나리아까지, 기상천외한 생물들의, 더 기상천외한 소통의 기술을 만나게 된다.
의사소통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생명이 시작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었다. 꽃은 특정 시각 신호를 보내면 수분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이런 ‘자연의 언어’를 꿰뚫어 보는 시선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놀라운 통찰력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잊지 말길. 판타 레이!(그리스어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 교보문고 책소개
이번에 리뷰할 도서는 마들렌 치게의 <숲은 고요하지 않다>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숲은 고요하지 않다’이지만 이 책은 숲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룬다기 보다는 숲을 비롯해서 바다, 도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미생물에서부터 식물, 동물까지 여러 생명체가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살아가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수컷과 암컷의 ‘대화’가 그렇게 어려운 도전과제가 아니더라도, 떼 지어 사는 물고기들은 자동으로 거대한 통신네트워크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수컷과 암컷 단둘이 아무 방해 없이 오롯이 소통하기가 힘들다. 두 연인이 주고받는 사랑의 대화를 무리의 다른 물고기들도 들을 수 있고, 엿보거나 엿듣는 물고기가 늘 있기 마련이다. 나의 석사 논문은 바로 이런 ‘삼각관계 소통’에 관심을 두었다. 예를 들어, 나는 수컷이 다른 구경꾼 수컷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다르게 행동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행동실험을 했다. 그들은 구경꾼과 상관없이, 점찍은 암컷을 계속 공략할까 아니면 구애 전략을 바꿀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생명체들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갈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어떻게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는데 초반에 저자가 던지는 이런 의문들이 참신했고 더 내용을 흥미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에는 생명체들이 자연계에서 의사소통하는 다양한 사례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중 흥미로웠던 일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 인간이 최대한 빨리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우고 싶고, 생각할 것도 없이 하수관으로 멀리 흘려보내 없애고 싶은 것이, 자연에서는 수많은 생명체를 위한 1순위 소통 수단이다. 똥과 오줌 얘기다. 물질대사 후에 남은 찌꺼기는 액체와 고체의 배설물로 배출되는데, 똥과 오줌은 아마 가장 저렴하고 ‘개인적인’ 소통 수단일 것이다. 주로 포유동물이 배설물을 통해 정보를 보낸다. 야생토끼 혹은 오소리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똥과 오줌에는 나이, 성별, 짝짓기 준비 정도에 관한 개인정보를 폭로하는 냄새 물질이 들어 있다. 이런 개인적인 냄새 물질은 다양한 분비샘에서 만들어져 똥이나 오줌에 혼합되어 개인정보를 공개적으로 유출한다.
박테리아 같은 단세포 생물조차 음파를 이용하여 이웃 세포의 성장을 자극한다. 생명체가 내는 소리가 정말로 의사소통에 쓰이는지 아니면 그저 일상적인 생명활동에서 나오는 부산물에 불과한지를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온갖 도전적인 실험을 한다.
일본의 연구진은 박테리아가 청각 정보에도 반응하는지 그리고 어쩌면 동료와 소통하기 위해 직접 소리를 이용하는지 알아내고자 했다. 그들은 실험실에서 작은 샬레에 바실러스 카보니필러스(Bacillus carboniphilus) 박테리아를 배양했다. 이 박테리아들은 실험실 조건에서 금세 군락을 이루었다. 이들의 군락에는 수많은 세포가 빽빽이 모여 느슨한 동맹 속에 살았다. 연구진은 박테리아 군락에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주었고, 적잖이 놀랐다. 이 박테리아들은 6~10킬로헤르츠, 18~22킬로헤르츠, 28~38킬로헤르츠의 영역에 반응하여 분열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군락이 더 커졌다. 더욱 놀랍게도 고초균(Bacillus subtilis)은 스스로 이런 주파수로 청각 정보를 발신하고, 그것이 실험실에서도 바실러스 카보니필러스를 ‘운집하게’ 했다.
큰돌고래(Tursiops truncatus)는 사냥 기술이 다양한데, 그중 하나가 인간과의 협동이다. 브라질의 라구나에서 큰고래 55마리가 동시에 물고기 떼를 해변 쪽으로 몰면, 그 지역 어부들이 양팔 벌려 물고기를 잡는다. 어부들은 큰돌고래가 물고기 떼를 몰고 올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린다. 어부들은 허리까지 오는 물속에 촘촘히 줄지어 서서 그물을 들고 꼼짝하지 않고 기다린다. 큰돌고래는 머리와 지느러미를 움직여 어부들에게 그물을 던질 장소와 타이밍을 알려준다. 그러면 어부들은 큰돌고래의 도움에 대한 답례로, 그물에서 빠져나간 작은 물고기들을 그대로 두어 협조자들이 잡아먹을 수 있게 한다. 생후 4개월 된 어린 돌고래가 벌써 이런 독특한 사냥에 동참하고, 인간과 소통하는 법도 이미 배웠다.
동물들이 배설물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이나 성별처럼 개인적으로 식별 가능한 수준의 정보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이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또한 예전에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세균도 특정 주파수를 들었을 때 더 잘 분열한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책 속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들에 의해 시각, 청각, 후각 등의 감각을 활용한 어마어마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러한 점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책은 이러한 다양한 사례들을 예시로 제시하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신경세포에 대해서 설명할 때 메일함에 빗대어 설명을 하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들로 비유해서 설명을 해줘서 해당 내용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어도 더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책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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