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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리뷰

[도서리뷰] 돌이킬 수 있는

by yeonnni 2024.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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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돌이킬 수 있는

글쓴이 : 문목하

출판사 : 아작

목차 : 1 당신이 시작한 이야기 / 2 당신이 마주한 이야기 / 3 싱크섹션 / 4 비원 / 5 경선산성 /

          6 당신이 감내한 이야기 / 7 여기 / 8 당신이 선택한 이야기 / 9 계단 / 10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책 표지 (출처; yes24)


<책소개> (출처; yes24)

 

SF와 판타지, 미스터리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신인 작가 문목하의 놀라운 데뷔작


촉망받는 신입 수사관 윤서리, 하지만 부패경찰을 도와 일하게 된 그녀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범죄조직을 건드리고, 비공식 명령을 받아 어느 암살 작전에 투입된다. 작전구역은 대형 싱크홀 발생으로 폐쇄된 유령도시, 4만여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은 참혹한 재해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그곳에 보내진 그녀는 아무도 없어야 할 도시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보다 더 놀라운 그들의 초능력을 목격하게 되는데….

부패경찰과 정체불명의 불법 조직 사이에서 벌어지는 첩보와 배신,
초능력물과 누아르를 매력적인 캐릭터와 대사로 녹여낸 소설다운 소설


 

 

오랜만에 SF물의 책을 읽고 싶어서 찾아보던 중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책 소개에 나오는 것처럼 초능력물과 누아르가 동시에 등장하는 소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초능력물이 아니라 반전으로 매우 흥미진진한 소설이었습니다. 책의 중반부까지 읽어가면서 독자인 저도 순조롭게 예상할 만한 내용이 전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내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초반에도 물론 예상 가능한 내용이라고는 하지만 서서히 소설에 몰입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1부터 5까지는 싱크섹션, 비원, 그리고 경선산성 세 단체에 대한 설명과 여러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그들 사이의 오래된, 질긴 악연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책은 매우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으로 쓰여있습니다. 시점이 변화하면 정신이 사납고 어지러울 수 있지만 매우 깔끔한 문체와 간결한 서술 덕분에 헷갈리지 않고 시점의 변화에 따라 책의 내용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책 소개에도 등장했듯이 초능력에 관한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부패 경찰인 서형우는 자신이 '관리'하는 조직인 비원을 건드린 신입 수사관 윤서리의 능력을 알아보고 자신의 장기말로 쓰기 위해 스카우트를 제안합니다. 서형우는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윤서리를 쓰다 버리기 좋은 톱니바퀴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권한과 능력으로 비원을 조종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자신에 대한 도전과 배신으로 받아들인 서형우는 자신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고 암살이라는 지령을 내려 그녀를 제거하고자 합니다.

 

12년 전 산 하나가 통째로 땅 아래로 가라앉아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난민을 발생시킨 거대한 싱크홀로 인해 폐쇄된 유령도시에 있는 정여준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윤서리는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건물, 유령도시라고 불리는 곳에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 그리고 표적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 멈춘 칼과 총알...

 

 

그 후 윤서리는 싱크홀과 초능력자들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됩니다.

 

운석 표면의 미지의 물질을 연구하던 중 중력 붕괴로 인해 싱크홀이 발생되었고, 싱크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물질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에 의해 '돌아가서' '정지하려는' 힘을 쓸 수 있는 초능력자가 되었습니다. 초능력자는 멈추는 힘을 가진 '정지자', 터트리거나 부수는 힘을 가진 '파쇄자', 되돌리는 힘을 가진 '복원자'로 나뉘게 됩니다.

 

싱크홀이 발생한 이후 대외적으로는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백 명의 생존자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싱크홀 아래에서 초능력을 얻었고,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최주상이경선 두 리더의 지휘 아래 가까스로 싱크홀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을 두려워한 정부는 생존자들을 향해 엄청난 공격을 감행했고, 생존자들은 생존을 위해 바깥으로 도망쳤습니다. 

 

싱크홀에서 탈출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졌던 최주상와 이경선은 이후 서로의 의견차이가 생겨납니다. 이경선은 자신들의 능력을 외부에 드러날 때가 반드시 찾아올 테니 그때를 위해 안전과 독립을 보장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최주상은 자신들의 존재가 외부에 드러나는 순간 집단이 몰살당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최주상이 이경선측의 초능력자들을 제거함으로써 수세에 몰린 이경선 측은 남은 무리를 데리고 싱크홀이 발생했던 도시로 들어가 경선산성이라고 불리는 곳에 자리잡게 되고, 최주상은 범죄조직 비원을 결성하고 초능력자들을 관리하는 싱크섹션과 거래를 하게 됩니다. 싱크섹션은 비원과 경선산성의 비등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조종하면서 언젠가 두 집단을 모두 말살시키려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가 책의 중반까지의 내용이었고 이후에는 책을 읽으실 분들의 재미를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등장했던 많은 인물들은 매우 다양한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서형우라는 악역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고 도구로 바라보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입니다.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한 자신이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이익을 위해 사람이 죽는 것이나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사람을 죽이는 것 모두 꺼려하지 않습니다. 책 속에서 그는 철저한 악역으로 등장합니다. 그가 하는 나쁜 짓에 대한 어떠한 서사나 이유가 없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윤서리는 불안도 고뇌도 없이 비교적 잘 돌아가는 톱니바퀴 중 하나였다. p. 29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원을 조종하는 건 온전히 서형우 자신이어야만 했다. p. 33

다 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결과라고 서형우는 생각했다.
시키는 대로만 일하고 가만히 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p. 57

누구든 정여준의 도깨비짓을 목격한 이상 곱게 살려 세상에 풀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중략) 물론 미리 언질을 준 적은 없었다. p. 82

 

 

서형우가 기억에 남는 점 중 하나는 초능력자에 대한 그의 평가였습니다. 

 

"넌 건물 부수고 총알 멈추는 유령이 너랑 같은 땅에서 활개 치고 다니는 걸 가만 놔둘 수 있겠어?" 서형우가 말했다. "그것들은 살상 능력을 갖추고 땅에서 기어 나온 좀비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p. 132

 

 

만약 정말로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난다면 세상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초능력을 옹호하는 사람, 두려워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의견 중 서형우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보통과 다른 것을 이상한 것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배척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윤서리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앞서 서형우와는 다르게 완전한 악역도, 선역도 아닌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비원과 경선산성으로 갈라져 서로를 공격하는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정여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를 살리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합니다. 그녀는 단순히 정여준을 살리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녀가 멋있게 느껴졌던 것은 단순한 초능력자들의 화합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점입니다.

 

경선산성은 이제껏 비원처럼 리더에게 의존하는 모양새로 성장했지만, 최주상이 홀로 잡아끌었던 비원이 완전하지 못했듯 정여준과 이찬 두 명만이 짊어지는 산성은 견고하지 못할 터였다. 계단을 만드는 건 두 명일 수 있어도 그것을 밟고 올라 탈출하는 건 둘 뿐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끈질기게 위까지 다다르도록 견뎌내야만 했다. 그들은 함께이되, 종래엔 각자의 방식으로 복수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용서해야 할 것이었다. p. 390

 

 

그녀가 생각하기에 비원과 경선산성은 각자의 리더에 대한 의존성이 강해 최주상이나 정여준이 사라진다면 순식간에 무너져 버릴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그녀는 리더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윤서리의 생각은 저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싱크홀에서 생존했지만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비원에 속해있던 경선산성에 속해있던 여전히 싱크홀에 고립된 채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각자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초능력이 발생함으로 인해 초능력자들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상황과 이를 풀어나가는 전개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했습니다.

 

SF와 미스터리, 그리고 누아르가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룬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개인적인 평점은 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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