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주 작은 죽음들(18 TINY DEATHS) :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가 과학수사에 남긴 흔적을 따라서
지은이 : 브루스 골드파브
옮긴이 : 강동혁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목차 : 추천의 말_유성호/서론/1장 법의학/2장 특별한 이들의 햇살 가득한 거리/3장 결혼 이후/4장 범죄를 해결하는 의사/5장 비슷한 영혼/6장 의과대학/7장 다리 세 개짜리 의자/8장 프랜시스 리 경감/9장 손바닥 속 진실/10장 하버드에서의 살인/11장 쇠퇴와 몰락/12장 리의 죽음, 그 이후/작가의 말/주/감사의 말/찾아보기
책소개 (출처; 알라딘)
<월스트리트 저널〉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해외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아주 작은 죽음들》은 미국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 프랜시스 글레스너 리의 삶을 통해 법의학이라는 학문이 시작된 역사를 다루는 책이다. 여자가 대학에 가는 일이 흔치 않았던 시절, 당시 검시관이었던 조지 버지스 매그래스의 한마디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의학 학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프랜시스를 법의학으로 이끌었다. 부패한 코로너 제도를 검시관 제도로 바꾸고, 대학에 법의학과를 개설해 전문가를 배출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프랜시스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일련의 시련에도 법의학을 향한 프랜시스의 지성, 강인함, 재력, 영향력은 살아남아 현대 법의학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프랜시스가 남긴 업적 중 이 책에서도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살인사건 현장을 미니어처로 만든 디오라마다. 살인 현장을 그대로 재연한 이 디오라마는 주로 경찰 살인사건 세미나에 활용됨으로써 과학수사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18개의 디오라마 중 6개의 사진과 함께 프랜시스의 생전 모습이 책에 함께 실려 있다. 동시에 《아주 작은 죽음들》이라는 제목은 프랜시스가 만든 죽음의 미니어처들을 뜻하기도 한다.
수사관은 자신에게 이중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범죄자의 죄를 밝히는 한편 무고한 자들의 누명을 벗겨주어야 한다. 그는 오직 사실만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볼 수 있을 만큼 간단명료한 진실만을 찾아야 한다.
- 프랜시스 글레스너 리-
책의 첫 장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이 책은 미국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 프랜시스 글레스너 리 Frances Glessner Lee (1878~1962)의 생애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과학수사 또는 법의학에 대한 내용을 다룬 드라마나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입니다. 한 프로그램에서 법의학자 이호 교수님이 프랜시스 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놀라웠고 그분이 노력으로 인해 법의학의 체계가 세워졌다는 것 또한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따라서 언젠가 《아주 작은 죽음들》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의 제목을 보면서 저는 그녀가 법의학자로써 그녀가 18개의 살인사건을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프랜시스 리 경감의 생애 동안 그녀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법의학을 이루는 법학, 의학, 경찰이 발전하도록 기여했는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책의 초반 1장에서 과거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법의학의 상황을 보여주고, 당시의 코로너coroner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2장과 3장에서는 프랜시스 리 경감의 유년 시절과 그녀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시카고의 부유한 집안인 글레스너가에서 태어난 프랜시스의 유년 시절과 이른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4장은 프랜시스 보다는 그녀의 절친한 동료였던 조지 버지스 매그래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서퍽 카운티의 검시관으로, 그를 아는 이들이라면 매그래스는 검시관에 탁월한 사람이었다고 말합니다. 거의 꼼꼼하고 정확한 태도, 진실만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엄격한 의과학적 방법을 통해 사망 사건을 조사했습니다. 마치 셜록 홈스처럼 '범죄를 해결하는 의사'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5장에서는 프랜시스와 매그래스의 만남을 통해 프랜시스가 법의학의 길로 들어서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51세이던 프랜시스는 1929년에 오랫동안 필립스 하우스에 환자로 머물렀다. 우연히도 그녀의 오랜 친구인 조지 버지스 매그래스도 이 기간에 필립스 하우스에 입원했다. 필립스 하우스에서 매그래스와 함께 요양하며 보낸 시간이 프랜시스의 인생 축을 흔들어놓는 사건이 되어 그녀의 업적으로 이어졌으나, 당시로서는 이를 예견할 수 없었다. p. 153-154
매그래스는 악의 없이, 별다른 의도 없이 한마디를 던졌지만 이 사소한 발언이 프랜시스에게는 기대에 없었고 예상할 수도 없었던 울림을 주었다. (중략) 인간 장기의 아름다움이라니? 그랜시스는 나중에 "나는 즉시 그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라고 적었다. 프랜시스의 머리가 윙윙 돌아가기 시작했다. 꼭 머릿속 스위치가 켜진 것만 같았다. 매그래스가 즉석에서 꺼내놓은 그 생각은 하나의 씨앗이 되어 뿌리를 내리고 자체의 생명력을 얻었다. 매그래스의 말로 프랜시스는 매그래스가 옳다는 것을, 인간의 장기가 정말로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는 오랜 세월의 여정을 시작했다. p. 166-167
6장에서는 훌륭한 법의학자를 배출하기 위해 의과대학에 제대로 된 법의학과를 만들기 위한 프랜시스 리의 노력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리는 하버드 의대에 수십만 달러를 기부하고, 법의학과 관련된 중요한 서적들을 수집하여 매그래스 도서관을 세우고, 사비를 들여 법의학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실제로 기능하는 법의학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의료계, 법조계, 경찰 모두의 개혁이 절실히 필요했다. 언젠가 프랜시스는 이렇게 말했다. "법의학은 다리 세 개짜리 의자에 비유할 수 있다. 세 다리는 각기 의학, 법학, 경찰이다. 이 중 하나라도 약하면 의자가 주저앉는다." p. 175
한편, 리는 법의학을 독학한 결과 엄청난 자료를 모으게 되었다. 이 자료들은 역사적인 것부터 현대적인 것까지 시대를 가리지 않는 작업물과 비전 등 책과 저널이었다. p. 182
7장은 프랜시스와 앨런 리처드 모리츠의 협력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총명하고 야심 찬 병리학자인 모리츠는 프랜시스의 지원을 받아 하버드대 법의학과 교수이자 학과장으로 임용되었고, 프랜시스와 모리츠는 하버드대 법의학과를 발전시키기 위한 동반자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8장은 프랜시스 리 '경감'이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앞서 법의학을 제대로 개혁하기 위한 세 가지 영역 중 의학과 법률을 위해 프랜시스는 다방면으로 노력하였습니다. 8장에서는 마지막 영역인 경찰을 위한 그녀의 노력이 담겨있었습니다.
프랜시스는 제도적 타성에 맞닥뜨렸다 해도 소극성과 체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중요한 건 한 번에 한 걸음씩 밀고 나가는 것이었다. 프랜시스는 어느 주에서든 자신의 목표를 진전시킬 방법을 찾았으며, 동시에 전국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도 주시했다. p. 260
법의학이라는 다리 세 개짜리 의자 중 법학의 영역인 법 개혁은 진행 중이었다. 의학적 측면은 하버드대에서 디루었고, 이후에는 다른 의대에서도 다루어졌다. 남은 건 경찰이었다. p. 263
뉴햄프셔주 경찰에 대한 프랜시스의 공로를 인정하는 의미로, 캐스웰은 1943년 프랜시스를 뉴햄프셔주 경감으로 임명했다. 미국에서 여성으로서 이런 계급을 가진 사람은 프랜시스가 처음이었다. p. 265
9장은 이 책의 제목과 연관되는 그녀의 손바닥 연구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는 다리 세 개짜리 의자인 법의학을 완성하기 위해 그중 하나인 경찰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 고심하였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디오라마입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그녀가 만든 18개의 디오라마를 통해 그녀는 경찰들의 관찰력을 길렀고, 현재는 박물관에 보관 중입니다.
증거를 보존하고 기록하려면 경찰에게는 중요한 증거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했다. 어떻게 보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을까? 리의 고민이 시작됐다. p. 274
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 모형은 '누가 범인인가'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그냥 들여다보기만 해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어요. 이 모형은 관찰, 해석, 평가, 보고 연습을 위한 것입니다." p. 288
1950년, 리는 73세의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리는 자신이 죽더라도 법의학이 쇠퇴와 몰락의 길을 걷지 않도록 여러 조치를 취했습니다. 법의학에 대한 그녀의 비전을 가장 잘 아는 다섯 사람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들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그 편지 속에서 법의학의 발전을 위해 그녀가 어떠한 노력과 시도를 했는지, 또한 그녀가 어떤 편견에 부딪혔는지 잘 느껴졌습니다.
내가 맞닥뜨려야 했던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은 내가 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학위가 없으며, '할 일 없는 부유한 여성'이라는 범주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p. 334
리는 특유의 성격으로 개인 재산의 상당 부분까지 희사해 가면서 거의 혼자 힘으로 미국 법의학의 토대를 세웠다. p. 35
이 문장은 조금도 과장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자신이 상속받은 재산을 법의학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했습니다. 재산이 많다고 하지만 자신이 아닌 사회를 위해 이를 기부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법의학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나의 방식으로 기부를 활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아닌 절친한 동료였던 매그래스의 이름으로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점은 무척이나 이타적이고 매우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기부를 떠벌리거나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단순히 기부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기부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촉구하였습니다.
프랜시스는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창의력에 휩싸일 때가 있었는데, 가끔은 어떤 아이디어에 사로잡혀 하루종일, 밤이 깊도록 그 생각에 매달렸다. p. 90
프랜시스는커녕 가족 중 누구도 그녀 필생의 작업이 수십 년 후에 완전히 다른 종류의 미니어처 제작에서 정점을 맞을 줄은 몰랐다. p. 101
그녀의 특이한 성격이나 그녀가 하던 미니어처 작업에 대한 저자의 서술방식이 마치 그녀를 옆에서 보거나 전지적인 시점으로 서술하여 독자인 제가 프랜시스에 관한 드라마 또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만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중간중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자가 그녀를 찬양하거나 찬사로 가득 찬 표현이 아닌 담담하게 그녀가 했던 일들을 서술하였기 때문에 문장을 읽다 보면 프랜시스 리가 한 일들이 엄청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전부 읽고 나니 한 사람의 노력으로 미국 법의학의 토대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프랜시스 리가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책은 프랜시스 리 경감의 생애와 업적을 따라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하였지만 가끔 시간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술 때문에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저자가 이 책을 만든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잃고 프랜시스 글레스너 리 경감에 대한 제대로 된 내용을 알게 되길 바랍니다.
내가 인쇄본으로 혹은 온라인에서 읽은 리와 손바닥 연구에 관한 글은 오류와 잘못된 정보로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 리는 기괴한 인형의 집을 만든 부유하고 늙은 여성으로 그려졌다. 나는 리가 그런 이미지를 훨씬 뛰어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변화를 만들어낸 인물이었고 개혁자, 교육자, 법의학의 수호자였다. p. 371
개인적인 평점은 3.5점입니다.
《아주 작은 죽음들》을 접한 계기가 된 프로그램입니다.
이호 교수님의 부가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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