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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리뷰

[도서리뷰] 방금 떠나온 세계

by yeonnni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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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방금 떠나온 세계

저자 : 김초엽

출판사 : 한겨례출판

목차 : 최후의 라이오니/마리의 춤/로라/숨그림자/오래된 협약/인지 공간/캐빈 방정식/작가의 말

 

책 표지 (출처; 알라딘)

 

책소개 (출처; 알라딘)

‘나’와 ‘세계’를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쓴 경이롭고 아름다운 7편의 소설을 담았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섬세한 문장과 꿋꿋한 서사, 그리고 타자에 대한 깊은 사유에 더해 세심한 관찰자로서 낯선 우주 저편의 이야기를 김초엽만의 세계 안에 온전히 담아낸다.

첫 소설집에서는 간접적으로만 그려졌던 사회문제 또한 한 발짝 더 가까이 끌어온다. 김초엽이 그리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살아가지만, 사랑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참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어떤 사회적인 전복을 꿈꾼다.

<방금 떠나온 세계>의 소외되고 배제된 인물들은 사회의 모순에 맞서며, 사회에 대한 의문을 그치지 않은 채로 지금의 세계를 떠나 더 위대한 세계로 나아간다. 사랑과 이해와 위로가 아닌, 사랑의 힘과 이해의 힘과, 위로의 힘을 보여준다. 방금 떠나온 세계를 잊지 않은 채로, 무한한 세계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김초엽 작가의 SF 단편 7개를 엮어놓은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감각에 관한 주제가 많이 다루어 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 소설은 '로라'와 '숨그림자'였습니다.

 

 

  '로라'는 인간의 고유수용 감각 기능에 이상이 생긴 로라와 그녀의 연인인 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은 고유의 신체 지도를 가진다. 팔과 다리를 의식하지 않을 때도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고유수용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긋난 고유수용 감각을 가진다. 다시 말해, '잘못된 지도'를 가진다. p. 106

 

    일부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체 부위가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불편함을 느낍니다. 멀쩡한 팔과 다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고, 시각이나 청각과 같은 감각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진은 이처럼 절단 욕구를 느끼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인간이 지닌 신체의 한계를 넘고자 신체 증강 시술을 찬성하는 세계 트랜스휴면 연합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로라'는 세 번째 팔을 원했습니다. 사고를 당한 열두 살 이후로 로라는 존재하지 않는 세 번째 팔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과잉 사지에 대한 통증을 겪는 로라는 다양한 치료를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자신의 몸에 기계 팔을 이식하는 수술을 결심합니다.

 

  진은 로라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척이나 확고한 그 의지를 꺾을 수 없었습니다. 진은 로라를 이해하는 단 한사람이 되기 위해,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잘못된 지도'를 집필하면서 적어도 머리로는 로라를 받아들일 수 있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진심으로 로라를 이해할 수는 없었던 진은 로라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진은 자신이 여전히 로라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여전히 로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동시에 제가 앞으로도, 어쩌면 영원히 로라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것도요. 하지만 그걸 깨닫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p. 126

 

  '숨그림자'는 호흡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미래 인류인 단희와 동면 상태에서 깨어난 원형 인류인 조안의 우정을 담고 있습니다.

 

지하인들의 뇌실에 서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유기 분자들을 학습하고 합성하며, 인지 체계와 상호작용하여 의미 입자를 구성한다. 분자들은 공기 중으로 의미를 실어 나른다. 지하인의 호흡기로 들어간 분자는 후각 수용체와 결합하고, 후각 수용체는 의미를 증폭한다. p. 134

 

  극지방을 조사하던 숨그림자 사람들은 동면 상태로 유지된 원형 인류인 '조안'을 발견합니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 이 지하세계를 떠나 다른 터전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안을 깨우고, 격리시설에 가둡니다.

 

  깨어난 이후 음성언어를 하는 조안에게 통역기를 통해 상황을 알려주자 이후 조안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격리시설을 사이에 두고 단희는 아무말 하지 않는 조안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습니다. 이후 단희의 주장으로 격리실을 나와 숨그림자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단희와 조안의 의사소통은 통역기를 이용해 시간차를 두고 이루어졌습니다. 서로의 말을 완전하게 통역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풀어서 설명하거나 함축적으로 대화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냄새'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숨그림자들에게는 의미 분자였지만 원형 인류에게는 특정한 감각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안은 숨그림자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못했습니다. 숨그림자 사람들은 조안을 받아들지 못했고, 단희는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단희는 가끔 방에 들어설 때 슬픔의 입자들로 가득 찬 공기를 느꼈다. (중략) 조안은 입자들을 감지할 수도 없었고 자신의 감정을 공기 중에서 감추는 법도 몰랐다. p. 171

 

  단희는 조안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휴대용 통역기를 개발했지만 단희의 예상과 달리 조안은 그리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조안은 자신은 이곳에 속하지 않았다며 단호하게 단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조안을 둘러싼 세계를 다시 보게 된 단희는 조안의 고독함을 조금이나마 깨달았습니다.

 

단희는 자신이 조안을 격리실에서 꺼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격리실은 자리를 옮겨 왔을 뿐인지도 몰랐다. p. 175-176

 

  다른 인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우주 탐사에 조안이 포함되었습니다. 단희는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곳에 가겠다는 조안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단희는 남았고 조안은 떠났습니다.

 

  숨그림자를 떠났던 탐사대가 반세기 만에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조안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한 남자가 단희에게 다가와 조안의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쇠약해진 조안은 장거리 항해를 할 수 없었다며, 조안이 전해달라고 한 작은 유리병을 건네주었습니다.

 

  그 유리병안에는 단희와 조안의 추억이 담겨있었습니다. 단희를 위해 입자를 조합해 '냄새'에 대해 알려주던 조안에 대한 기억이 담겨있었습니다. 

 

둔감해진 후각기관은 한때 조안이 했던 것처럼,공기 중에서 어떤 기억과 감정을 읽었다. 입자들이 단희를 그 시절로 데려갔다. 의미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것들에게로. 추상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너무 구체적이어서, 언어로 옮길 수 없는 장면으로. 조안이 말했던 그 공간들로. p. 188

 

  앞서 말했듯 두 이야기 모두 특히 감각에 관한 내용이 인상깊었습니다.

 

  로라는 고유 수용 감각기관에 이상이 생겨 자신에게 존재하지않는 제 3의 팔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기관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환상통에 관해서는 들어보았지만 과잉 사지에 대한 감각은 새로운 관점이었습니다. 로라의 생각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로라 그 자체를 사랑한 진의 커다란 사랑이 몹시 감동적이었습니다.

 

  후대의 인류가 후각기관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도 매우 새로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미 입자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숨그림자 사이에서 음성언어를 사용하면서 소외받고 배척받는 조안의 모습이 무척이나 가슴 아팠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SF소설은 언제나 저에게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해줍니다. 상상력이 부족한 저로써는 작품을 읽을 때마다 신박한 설정들로 인해 커다란 즐거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작가가 서술하고 있는 미래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현재 우리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많은 것이 달라도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기도 하지만 또는 자신들과 다른 것을 두려워하고 배척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상상을 통해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현재 우리, 그리고 사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개인적인 평점은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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