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다섯 번째 감각
지은이 - 김보영
출판사 - 아작
목차 -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 땅 밑에 / 촉각의 경험 / 다섯 번째 감각 / 우수한 유전자 / 마지막 늑대 / 스크립터 / 겨울에 / 노인과 소년 / 몽중몽
오래도록 한국의 SF에는 김보영이 빛나고 있었다.
한국 SF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김보영 초기 걸작 10편을 드디어 다시 만난다!
12년 만에 복간되는 김보영 소설집 《다섯 번째 감각》에는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 중 따로 출간된 〈미래로 가는 사람들〉 연작과, 후속편을 집필해 장편으로 준비 중인 〈종의 기원〉 연작, 그래픽 노블로 나오게 될 〈진화신화〉, 그리고 《얼마나 닮았는가》에 수록된 〈0과 1 사이〉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수록되었다. 데뷔작이자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대상을 받은 〈촉각의 경험〉에서부터 한국 SF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될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까지, 오래도록 한국의 SF에서 빛나고 있었던 김보영의 초기 걸작들을 다시 만나보자.
- [Yes24 책소개]
사실 저는 SF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는 편인데요.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이 책 <다섯 번째 감각>은
작가 김보영이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중 한 사람이며,
팬들에게 '가장 SF 다운 SF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는다는 말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SF 어워드에서 수차례 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미국의 대표적인 SF 웹진에 단편소설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로제타상 후보 및 전미도서상 외서 부문 후보에 오를 정도로
SF 생태계 전반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SF에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이
읽기에 거부감이 없고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 단편들 중 기억에 남는 단편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책의 처음에 소개되는 단편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는
선천적으로 특수기면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동생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평범하게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정기적으로 하루에 대여섯 시간은 의식을 잃는다는 것,
이제는 기면증을 이겨내려 하지 않고 기절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
의식을 잃는 동안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 상자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는 것 등을
덤덤하게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는 어린 시절에는 자신과 같은 기면증 환자들로 가득 찬 세상이 있다고 믿었으며,
그 사람들은 서로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한다고도 이야기 합니다.
SF 같은 과학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들이라면 이 부분까지 읽었을 때
이미 눈치를 챈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소설에서 즐겨 쓰는 플롯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상식과 일상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것'인데요.
책을 읽다보면 이 소설의 무대는 지구가 아니라
은하계 중심부에 있는 다른 행성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특수기면증 이야기에 덧붙여
먼 우주에서 날아온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는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주인공이 사는 행성에서는 2만8천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받은 이 전파의 내용을 놓고
천문학자와 언어학자, 여러 과학자들이 격론을 벌였는데요.
주인공이 살고 있는 행성은 항성들이 빽빽하게 있는 은하계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어
별로 가득 채워진 하늘 때문에 24시간 내내 밝은 세계라
'별이 빛난다'라는 말이 논란이 된 것입니다.
주인공이 사는 행성 사람들은 '하늘이 빛난다'가 아닌 '별이 빛난다'라는 메시지에서
'혹시 지구라는 행성의 하늘은 어두운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는 지구 가까이에 불타는 항성이 있고 지구가 그 주위를 돌면서 빛이 도달하지 않는 시간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둠의 시간 동안 대기가 별이 얼지 않을 정도의 온실효과를 가질 수는 있을 것인지,
만약 별의 궤도가 완전한 원이 아니라면 그 항성의 거리가 최소일 때와 최대일 때의 기온 변화는 어찌할지,
그것마저도 대기층이 조절할 수 있는지,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행성이 과연 존재할 것인지,
겨우 항성 하나에 의지하는 불안정한 환경에서 어떻게 생물이 번성하겠는지 등에 대해
끊임 없이 논쟁합니다.
지구에 살며 이 책을 읽고 있는 저로서는
지구에 생물이 살 수 없다고 믿는 외계 행성 사람들에 관한 이 이야기가
무척이나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평범하게 일상적인 언어들로 소설이 시작했기 때문에
더 크게 반전으로 다가왔다고 할까요?
특수기면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은
의식을 잃을 때면 지구에 대해 생각합니다.밤과 낮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지구라는 세상에서는
그 별의 생물들 대부분이 기면증을 갖고 있으리라 믿는 것이죠.
그곳에서는 각자의 방에 들어가 의식을 잃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가질 것이고,
아이들이 기면증과 싸움며 자신을 창피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며,
서로에게 "잘 기절해"라고 인사를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했던 낮과 밤이라는 신념을
단번에 뒤집어 엎어버리는 이 소설이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또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라는 한 문장을 가지고
이렇게 많은 과학적인 내용을 담아 스토리를 풀어나간다는 것에서
놀랍고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외출이 힘든 요즘
방에서 시원하게 SF 소설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
개인적인 책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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