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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리뷰

[도서리뷰] 한 스푼의 시간

by yeonnni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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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 스푼의 시간

저자 : 구병모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목차 : 한 스푼의 시간/작가의 말

책 표지 (출처; yes24)

 

지난번 리뷰했던 책 '아가미'의 저자 구병모 작가님의 또 다른 책 '한 스푼의 시간'을 읽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동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명정'이 아들로부터 받은 로봇 '은결'이 함께 생활하며, 은결의 시선으로 동네 주민들이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홍 여사'와 그의 딸 '세주', 동갑내기 친구 '시호'와 '준교' 그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변화뿐만 아니라 로봇인 은결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작은 동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명정'은 몇 달전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는 아들의 이름으로 된 택배를 받게 됩니다. 아들이 일하던 회사가 파산하고 남겨진 아들의 물건을 처분하면서 그가 회사의 샘플을 우연히 전해받게 되었습니다. 택배를 열자 눈앞에 드러난 것은 소년의 모습을 한 로봇이었습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둘째가 태어난다면 지어주려고 했던, 영원히 부를 일이 없을 줄로만 알았던 '은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같이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은결은 무료함이라는 감정을 모르며 주인을 위해 어떤 과업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는 신념이나 욕망도 없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소명을 다한다. 시청각을 비롯한 각종 외부 자극이 주어지면 그에 대한 반응을 도출하기 위해 나노초 단위의 검색 및 저장과 정보 재배열이 이루어진다. 내장 카메라와 신체 각 부분에 분포한 오감 센서로 주인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알맞게 반응하는 기능이 있으나, 그것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 양상이 천문학적 수의 패턴으로 입력되어 있어서다. p. 28

 

인공지능 로봇인 은결은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자극 및 정보를 파악하고, 자료를 통해 그에 대한 타당한 반응을 도출해 내는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는 로봇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 세계 최초의 이족 보행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 감정을 인식하는 페퍼(Pepper),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 (Nao), 심리치료용 애완로봇 파로(Paro) 등을 통해 수많은 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로봇들은 이족보행을 하거나 카메라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을 가졌지만 인간의 외형과는 거리가 멉니다. 인간과 유사한 외형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이 만들어지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궁금해졌습니다.

 

로봇 강아지 아이보 (출처; 구글 이미지)

 

휴머노이드 로봇들 (출처; 구글 이미지)

 

넌 지금 한다와 하지 않는다밖에 몰라. 시호가 얘기한 해보겠다가 뭔지 회로를 잘 굴려봐. 그리고 하고 싶다가 뭔지도. 최종 응용 코스라면...... 뭐가 있을까. '하고 싶지만 하지 않는다'가 어떤 의미인지도 말이다. p. 43

 

세상을 처음 알아가는 은결에게 해주는 명정의 말이 마치 어린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감각을 인지하는 센서와 정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세상과 사람들을 처음 접해보며 세상을 배워나가고 정보를 습득하는 은결은 어린아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은결을 지켜보는 명정의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인간에 대하 아는 게 없는 로봇 덕에, 그동안 당연하게만 받아들였건 가치관들과, 온몸의 근육에 배어 있어 의문을 가져본 적 없는 습관들 하나하나가 새삼스레 당혹스러워지며, 무엇보다 인간으로 한평생을 살아왔지만 인간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실상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p. 53-54

 

명정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 로봇의 시각에서 보면 매우 새로웠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 우리가 하는 말,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숨겨진 의미, 우리가 짓는 표정, 우리의 감정들. 은결은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 등을 카메라에 담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습득해 나갑니다. 이러한 은결의 모습이 우리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도 여러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하는 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해 나가곤 합니다.

열세살의 시호와 준교가 자라는 동안, 세주가 결혼을 하고 딸을 낳는 동안 은결이의 외형은 변함없이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은결이의 내부는 작지만 수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책을 읽음으로써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은결은 사람들의 태도와 반응 관찰을 통해,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더위'라는 것을 인지한다. (중략) 은결은 문득 그녀가 견디고 있는 그 열기와 고통이 어떤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녀를 미소 짓게 하는지......
알고 싶다
싶다......
알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알아볼 필요성을 인식한다
알게 될 것을 전망한다
이중에서 의미의 거리가 알고 싶다와 1 센티미터만큼이라도 더 가까운 것은 어느 쪽인지, 은결은 알지 못한다.
p. 67

 

처음과 책에 나온 로봇에 대한 서술처럼 은결은 무언가를 알고 싶다는 '욕망'을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호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쪽에 가까운지 알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본 저는 은결이의 변화가 무척이나 인간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 사이에 섞일수록 은결의 안에서는 감정의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은결이 명정이 가르쳐주는 세탁방법에 익숙해지듯이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나이가 든 만큼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은 명정은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이 않았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인간이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자신이 죽고 난 뒤 남겨질 은결에 대한 명정의 걱정이 깊이 느껴졌습니다.

 

걱정할 것 없다. 당연한 거라며 명정은 이른다. 잎사귀가 으레 말라 비틀어져 나뭇가지 끝에서 떨어져 내리듯, 살이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부서지기 마련이라 말한다. 흙으로 돌아가는 게 마땅하다 한다. p. 185

 

준교와 그 대학교에 은결을 기증하기로 결정한 뒤 세상을 떠난 명정의 방을 정리하면서, 은결은 명정이 남긴 편지를 읽게 됩니다. 이 책은 은결의 시선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그 시간동안 명정이 지켜본 은결의 모습이 명정이 남긴 편지에 담겨져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에게 붙이려 했던 이름을 붙여주고, 은결을 로봇이 아닌 자식으로 대한 명정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명정의 편지 속에 등장한 것처럼 제가 느낀 은결이의 인간적인 모습도 많았습니다. 티브이에 등장하는 세탁소의 모습을 보기 위해 하던 일을 멈추는 은결, 울음을 터뜨린 시효의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위로해주고자 하는 은결, 무너져 내린다는 느낌이 궁금한 은결.

 

명정의 장례식장, 은결은 그 때 자신의 물음을 떠올리며 무너져 내립니다.

 

-무너진다는 건 어떤 것입니까.
건물이 아닌 사람의 무너진다는 의미를 분명히 학습한 적 있고 자신이 그렇게 될 일은 없으리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는데, 은결의 몸속에서 외부에 발산되지 않는 경보음을 비롯한 온갖 오류 메시지가 출력되고, 은결은 시호의 내민 손을 응대의 법익에 따라 정중하게 쥐는가 십더니 손끝이 닿는 순간 모로 무너져 내린다. 가장 먼저 후각이 꺼지고 촉각이 사라지며, 당황해서 이름을 부르는 시호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시야가 급격히 축소되는가 싶더니 카메라를 비롯한 모든 외무 감시 및 감각 시스템이 강제 종료되며 은결의 눈꺼풀이 감긴다. p.216

 

은결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회사가 망함으로써 고장이 나거나 망가졌을 때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할 수 없다는 제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은결의 모습은 결국 인간의 것과 닮아 있습니다. 외형은 나이가 들지 않더라고 내부의 부품은 시간이 지날 수록 낡아지고 고장 나는 것이 인간의 노화와 유사합니다. 은결이 무너져 내린 것이 물리적으로 기계가 낡은 것인지, 감정적인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어느 것이든 인간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읽었던 '클라라의 태양'이 떠오르는 책이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의 관점에서 보이는 것과 로봇과 관련된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점이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한 스푼의 시간'은 미래가 아닌 현재 우리의 일상 모습과 좀더 친숙한 배경이었으며, 로봇인 '은결'의 내면의 변화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평점은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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