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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리뷰

[도서리뷰] 바디

by yeonnni 2021.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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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디

지은이: 빌 브라이슨

옮긴이: 이덕환

출판사: 까치

목차: 1 사람을 만드는 방법 / 2 바깥 : 피부와 털 / 3 우리 몸의 미생물 / 4 뇌 / 5 머리 / 6 입과 목 / 7 심장과 피 / 8 몸의 화학 / 9 해부실 : 뼈대 / 10 움직이다 : 직립보행과 운동 / 11 균형 잡기 / 12 면역계 / 13 심호흡 : 허파와 호흡 / 14 음식, 맛있는 음식 / 15 소화 기관 / 16 잠 / 17 거시기 쪽으로 / 18 시작 : 잉태와 출생 / 19 신경과 통증 / 20 일이 잘못될 때 : 질병 / 21 일이 아주 잘못될 때 : 암 / 22 좋은 의학과 나쁜 의학 / 23 결말


바디 표지 (출처; yes 24)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 빌 브라이슨의 2번째 시리즈인 <바디>를 읽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지구의 탄생과 그 흐름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면, <바디>는 피부에서부터 시작해 인체의 다양한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명에 관한 책을 읽으면 다시 한번 인체에 대한 신비로움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 몸이 얼마나 경이롭고, 신기한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1장 사람을 만드는 방법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인간 삶의 기적은 우리가 어떤 약점들을 타고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p.21

 

  빌 브라이슨의 책을 읽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과학적인 면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면도 엿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현재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인간은 먹이사슬에서 보면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약점을 극복해내고 현재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인간의 신체에 관해 그리고 그것을 탐구해왔던 과정들을 자세하게 살펴 볼 수 있다.

 

 

 

  2장 바깥 : 피부와 털에서는 또 한번 의외의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사람의 털을 이야기할 때면 으레 나오는 질문이 두 가지 있다. 우리가 사실상 털이 없는 동물이 된 것이 언제이며, 왜 특정 부위에만 털이 남아 있는 것일까? 인간이 언제 털을 잃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털과 피부는 화석 기록을 보존되지 않기 때문이다. p.34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의 신체는 우리 자신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다. 또한 나 역시도 인간의 신체를 진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분명 무엇인가 이점이 있으니 수많은 진화과정을 거쳐 현재 우리의 모습이 된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내 기억 속에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것은 피부의 기능에 관한 것이다. ‘왜’ 특정 부위에만 털이 남아있는가에 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처럼 빌 브라이슨은 항상 우리에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깨닫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3장 우리 몸의 미생물에서 이러한 관점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들에게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이다. p. 52

 

  사람이 아닌 미생물의 관점에서 본다면 너무나 맞는 이야기이지만 나에게는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 나오게 하는 문장이었다. 우리의 몸 안과 밖에 수많은 미생물들이 존재하지만 실험실에서 배양 가능한 종은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는 인체의 미생물(세균 이외에도 균류, 원생생물, 바이러스 등)에 관해 많이 알지 못한다. 최근 인체와 관련되어 미생물에 관한 연구가 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장내미생물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할 것이다. 인체의 미생물이 우리의 인체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미생물과 관련해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항생제 내성이다. 페니실린의 아버지라고 알려진 알렉산더 플레밍은 1945년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미생물이 내성을 띠는 쪽으로 쉽사리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미 경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에 큰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제약 회사에서는 새로운 항생제에 대한 개발을 쉽사리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다시금 장미 가시에 찔려서 목숨을 잃게 될 날이 그다지 멀지 않을 수도 있다. p73

 

항생제 내성을 나지막히 경고하는 작가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깊었다.

 

 

 

  4장 뇌는 항상 많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신체 기관이다. 마음과 정신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뇌가 죽으면 나의 신체는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뇌가 나인 것일까? 뇌에 관해 생각해보면 이러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빌 브라이슨 또한 이러한 의문들을 책에 서술하였다. 그의 생각은 다음 문장들에 잘 드러나 있다.

 

뇌의 크나큰 역설은 우리가 세계에 관해 아는 모든 것이 그 자체로는 결코 세계를 본 적도 없는 기관을 통해서 우리에게 제공된다는 점이다. (중략) 뇌는 당신을 위해서 이 밋밋하고 중립적인 정보로부터 활기차고, 삼차원적이고, 감각적인 우주를 만든다. 말 그대로 창조한다. 당신의 뇌가 바로 당신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그저 배관과 비계(飛階)일 뿐이다. p.76

 

지구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음악을 작곡하고 철학에 빠질 수 있는 능력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사실상 그저 네발동물보다 조금 더 뛰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진정으로 필요하지 않은 정신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일까? 그 의문은 우리 뇌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으려는 뇌에 관한 많은 것들 중의 하나이다. p. 78-79

 

의식이란 정확이 무엇일까? 아니, 생각이란 정확히 무엇을 뜻할까? (중략) 생각은 우리의 가장 중요하면서 경이로운 재능이다. (중략) 기억에도 거의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p. 82-83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이러한 정신적인 것이다. 다른 동물들도 생각을 하고, 기억을 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을 표현하는가에 관한 연구도 물론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역시나 인간처럼 예술을 하고 철학적인 사고를 한다고 알려진 동물은 없는 것 같다.

 

뇌는 우리의 감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꾸며낸다. 존재에 관한 기이하면서 직관에 반하는 한 가지 사실은 광자는 아무런 색깔도 없고, 음파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으며, 후각 분자는 아무런 냄새도 없다는 것이다. (중략)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모습이 아니지만 우리 뇌는 그 모습이라고 우리에게 말하는데, 둘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p. 84-85

 

  생각, 기억, 감각을 처리하는 기관인 뇌에 관해서 여전히 연구되지 않은 부분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을 인지하는 감각기관, 순환계 그리고 손과 발에 관해 해부학적, 구조적으로 설명된 부분들을 읽을 때는 고등학교 때 배웠던 교과서에 실려있던 해부학적 그림이 떠올랐다.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서 책을 읽는다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10장 움직이다 : 직립보행과 운동은 인간의 또다른 대표적인 특징 직립보행에 관해 설명한다.

 

걷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두 발만으로 균형을 잡음으로써, 우리는 중력에 끝없이 맞선다. (중략) 나무 위에 살던 유인원에서 서서 걷는 현대 인류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우리의 해부 구조에는 몇 가지 매우 심오한 변화가 일어나야 했다. (중략) 무엇보다도 우리는 머리가 다른 영장류들과 전혀 다른 쪽으로 진화했다. (중략) 우리는 또렷하게 말을 할 수 있는 독특한 발성 기관을 갖추게 되었다. 아마 걷기와 말하기는 함께 진화했을 것이다. p. 243-244

 

  모든 과학 지식이란 것은 지금으로써는 생각하지 못할 만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서 현재까지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특히나 인간의 신체를 다루는 의학의 암흑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무지했기 때문에 거리낌없이 했던 수많은 실험을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무지함으로 인해 시행되었던 실험들과는 다르게 인간의 잔혹함을 통해 의학이 발전하기도 하였다.

 

인간의 생존 능력에 관해서 우리가 아는 사항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 교도소와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실험들로부터 나왔다. p. 269

 

  여러 차례의 전쟁 이후 의학이 발달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장은 ‘왜 존재하는지 모른다’,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여전히 알지 못한다’와 현재 지식의 모호함을 나타내는 문장이다. 책 전반에 걸쳐서 계속 반복되는 문장으로써 신체에 관해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계속 깨닫게 해준다. 특히 천식과 여성의 신체에 관해서 우리는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오늘날 천식은 흔한 질병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은 상태이다. (중략)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중략)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중략) 치료제는 전혀 없다. (중략) 아무도 알지 못한다. 사실 천식에 관한 한, 조금이라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 297-298

 

  천식에 관해서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원인과 치료에 관해 전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천식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연구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기록된 인류 역사의 대부분에 걸쳐서 인류는 충격적일 만큼 여성에 관해서 거의 몰랐으며, 그나마 아는 지식을 종합할 줄도 몰랐다. (중략) 여성만의 특징들은 의학계에 거의 완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중략) 지금도 여성의 해부 구조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이 아주 많다. p. 385-386
우리는 출산 과정을 덜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서 애써왔지만, 놀라울 정도로 거의 진척된 것이 없다. p. 405

 

  여성의 해부 구조뿐만 아니라 여성들만의 생리적 특징인 월경, 임신과 출산 등에 관해서도 여전히 풀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20장 일이 잘못될 때 : 질병에 관한 부분은 현재 전세계가 고통받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연관되어서 굉장히 잘 이입되었다. 또한 결말 이후에 작가가 남긴 ‘짧은 후일담’에 이와 관련된 그의 의견이 드러나 있다.

 

어떤 질병이 유행하게 될지 여부는 네 가지 요인에 달려있다. 즉 얼마나 치명적인가, 새 희생자를 얼마나 잘 찾는가, 격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백신이 얼마나 잘 듣는가이다. p. 435

 

역사적으로 가공할 피해를 입힌 질병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중략) “소외된 열대 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s)”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에 10억 명 이상이 앓고 있다. p. 444-445

 

희귀병은 2000명에 1명 이하로 나타나는 병이라고 정의되는데, 거기에는 역설이 하나 있다. 각각의 희귀 유전병에 걸린 사람은 적지만, 다 합치면 많다. p. 448

 

  앞서 말했던 항생제 내성과 마찬가지로 소외된 열대 질환과 희귀병은 전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제약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지 않는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대유행 전염병이 줄어들면서 도드라진 질병은 유전병과 불일치 질환이다. 대다수의 유전병은 촉발 요인들이 복잡한 양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원인 파악이 불가능 할 때가 많다. 우리의 게으르고 과도한 현대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불일치 질환은 현대에 들어서 더욱 흔하고, 대다수에게 훨씬 더 위협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떠오른다. 이에 대한 답변도 책에 서술되어있다.

 

확률과 운명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략) 금욕주의자처럼 살아간다고 해서 위험을 피할 것이라는 뜻도 아니다. (중략) 수명이 늘어날 확률을 더 높이는 것이다. (중략) 가장 신중한 방법은 균형 잡힌 식단을 짜서 적정량 먹는 것인 듯하다. 한마디로, 중용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p. 337-338

 

우리는 다른 원인들보다 생활습관으로 죽을 가능성이 더 높은 시대를 살고 있다. 즉 어떻게 죽을지를 사실상 스스로 선택하는 셈이다. 비록 별 생각없이, 깨닫지도 못한 채 하는 선택이지만 말이다. p. 493

 

우리는 수명을 연장하는 일은 꽤 잘 해냈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까지 잘 했다고는 할 수 없다. p. 494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p. 510

 

  나는 삶은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인간의 수명이 유한하기 때문에 그 짧은 생애 동안 우리는 불타오르듯이 살아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살기 위해서는 정신적, 체력적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아야 한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우리는 우리의 모습에 익숙하다. 즉,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만큼 우리는 더 오랜 기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먹고, 운동하지 않는다면 ‘수명이 줄어들 확률’을 높이는 것이고, ‘어떻게 죽을지를 사실상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인체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에 죽음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흥미롭게 읽은 사람이라면 <바디> 역시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개인적인 평점은 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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