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두더지쥐(Heterocephalus glaver)는 뻐드렁니쥐과에 속하는 설치류의 일종으로 이름 그대로 털이 거의 없는 벌거숭이다.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무리 지어 사는 동물이다. 이들은 포유동물이면서도 개미나 벌과 동일한 사회성을 지닌다. 지배자인 여왕 한마리가 번식을 도맡고, 그 아래에 교미 상대인 몇 마리의 수컷과 수많은 전사와 일꾼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이하게도 포유류지만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능력이 없는 변온동물이다. 또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의학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장수동물이라는 점이다. 수명은 약 30년 정도로 일반 설치류보다 10배 이상 오래 사는 동물이다. 구글이 지난 2013년 9월에 설립한 생명공학 자회사인 칼리코 (Calico)는 두더지쥐를 이용해 질병 예방과 장수 요인을 알아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벌거숭이 두더지쥐를 통해 그들의 사망위험은 다른 포유류와 달리 나이가 들어도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즉,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사망 위험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1825년 영국의 수학자 곰페르츠에 의해 발견된 곰페르츠의 법칙에 위배되는 연구 결과이다. 두더지쥐는 생후 6개월 이후 평생 동안 동일한 사망률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약간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DNA repair 기능과 샤페론에 주목하고 있다.
둘째, 항암 능력이 있다. 히알루론산을 만들어 세포가 잘 변형되지 않도록 막고 암세포도 잘 증식하지 않게 하는 능력이 있다. 최근 두더지쥐의 긴사슬 비 코딩 RNA (LncRNA)가 히알루론산 관련 유전자와 비교적 높은 공통 발현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셋째, 낮은 산소 농도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최근 연구에서 산소 없이 18분이나 견디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한 산소 농도가 5%로 떨어졌을 때도 5시간 이상 생존했다. 두더지쥐는 보통 포도당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다. 포도당을 이용한 에너지 대사에는 산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상황에 따라 산소가 필요하지 않는 과당을 이용하는 다른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두더지쥐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맥박과 호흡이 느려지며 가사상태 (suspended amination) 에 들어간다. 포유류에서는 일부 장세포에서만 과당 대사가 일어나지만 두더지쥐는 모든 기관에서 과당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메커니즘과 효소를 가지고 있다. 산소가 부족한 땅굴 생활에 적응하여 이와 같이 진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참고자료
산소 없이 18분 생존,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놀라운 능력
https://www.sedaily.com/NewsView/1OEQEQM1VR
산소가 부족하면 식물이 된다?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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