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승리호> 리뷰에서 소개하였듯이 우주 쓰레기는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적인 물질들 중에 쓸모가 다하거나 없어져 버려진 물건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우주 쓰레기들은 다른 위성이나 우주선과 충돌할 위험성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추정되기로는 우주 쓰레기 중 길이가 10cm 이상인 것들은 2~3만 개, 1~10cm는 수 십 만개, 1cm 이하는 1억 개 이상으로, 대부분의 우주 쓰레기들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추적이 힘들다고 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은 2010년 “매년 우주 쓰레기 5개씩은 제거해야 지구 저궤도가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국가에서 우주 쓰레기를 없애기 위한 방법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미국 연합 우주작전본부 (CSpOC)는 캘리포니아 반덴버그공군기지에 위치한 우주 쓰레기 관측소로 2005년에 설립된 이후 대형 우주 망원경과 고성능 우주 감시 레이더를 이용하여 미국의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본의 인공위성을 우주 쓰레기로부터 감시하는 첫 우주 전문부대를 창설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한국천문연구원이 지난 2011년 우주감시사업센터 (현재 우주위험감시센터)를 신설하고,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체계 기술을 개발해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 쓰레기의 궤도를 추적하고 계산하여 위성의 궤도를 수정하는 방법으로 위성이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레이저가 설치되어 있는 우주감시 망원경을 이용하여 우주 쓰레기까지의 레이저 왕복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산출합니다. 하지만 우주 쓰레기는 일정한 궤도에 머물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햇빛을 이용한 추적 방법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햇빛을 이용한 추적 방법은 우주 쓰레기는 빛을 받고 관측소는 어둠 속에 있는 새벽이나 황혼 무렵에만 활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미카엘 스테인도페르 오스트리아 과학학술원 우주연구소 연구원팀은 낮에도 우주 쓰레기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여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하였습니다. 연구팀은 망원경에 특수 필터를 설치해 관찰하는 대상의 명암 대비 비율을 극명하게 늘려 우주 쓰레기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주 쓰레기 추적에 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공위성의 수가 늘어나면 우주 쓰레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져 이에 대한 걱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위성의 숫자가 늘어나면 천체 관측에 장애를 주기도 하고 전파방해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은 지난 2019년 홈페이지에 “세계 최초의 우주 쓰레기 수거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클리어스페이스1 (ClearSpace-1)으로 명명한 이 프로젝트는 2025년에 스위스의 신생기업인 클리어스페이스에서 설계한 우주 쓰레기 수거로봇을 로켓으로 쏘아 올린 뒤 목표한 잔해물을 추적해 수거하고, 잔해와 함께 지구를 향해 재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거로봇과 쓰레기는 대기권 진입과정에서 불타 사라지게 됩니다.
유럽우주국이 최초로 수거할 우주 쓰레기는 2013년 발사한 인공위성 베스파 (Vespa)의 잔해입니다. 이 베스파의 잔해는 현재 지구 800 km 상공 궤도를 돌고 있으며 무게는 소형 위성에 해당하는 100 kg입니다. 이 위성의 잔해는 형태가 단순하여 로봇팔로 잡기 좋다는 점에서 첫 수거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수거 계획은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유럽우주국 협의체 스페이스19+에서 결정되었고, 약 188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우주 쓰레기 수거 프로젝트의 다음 과제는 수거로봇을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수거로봇이 수거한 우주 쓰레기를 회전궤도에서 이탈하도록 지구 대기권을 향해 던져 수거한 쓰레기를 불태우고 자신은 다시 다른 쓰레기를 수거하게 하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주 스타트업 ‘스타트로켓’은 ‘폴리머 폼’이라는 끈끈한 물질을 이용해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위성을 개발하는 중입니다. 50㎏짜리 원통형 위성을 쏘아 올린 뒤 우주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에 폴리머 폼을 거미줄처럼 방출하여 폴리머 폼에 붙은 우주 쓰레기와 함께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쓰레기들을 태우는 방식으로, 오는 2023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태양 돛단배 (Solar Sail)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예 위성을 발사할 때부터 접었다 펼치는 돛을 달아 보내고, 위성의 수명이 끝나면 돛을 펼쳐서 우주 쓰레기를 지구 궤도 아래로 옮기는 방법으로, 위성의 수명이 끝난 뒤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제작비용이 적게 들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돛을 펼칠 위치와 고도를 미리 정확히 계산해야 하는 점이 단점입니다. 이 방법은 1970년대 중반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이 처음 제안하였고, 아직 논의 중에 있습니다. 일본 우주항공 연구개발기구 (JAXA)에서 태양 돛으로 추진되는 우주 범선 ‘이카로스’를 발사하기도 했으나, 우주 쓰레기 처리에 쓰일 만큼 정밀한 태양 돛 제어기술을 확보하려면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나온 기술들은 공통적으로 쓰레기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며, 자전하는 쓰레기를 잡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피하는 방법으로 극세사로 된 그물을 펼쳐 우주 쓰레기를 잡는 방법이 제안되었습니다. ‘우주 그물’ 방식은 2013년 고장 난 대형 위성 엔비셋 (ENVISAT)을 잡기 위해 2014년 유럽 우주기구 (ESA)가 제안하였습니다.
또한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테터스 언리미티드는 지구 저궤도 우주 쓰레기 포집 시스템의 약자를 딴 ‘러스틀러 (Rustler)’를 제시하였습니다. 위성에 2.4㎞의 전기역학 사슬을 장착하여, 위성이 수명을 다하면 사슬이 전개되고 여기에 우주 쓰레기가 닿으면 그물을 펼쳐 포획하는 방식입니다. 이후 쓰레기와 함께 대기권으로 돌입하여 산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아주 작은 쓰레기도 잡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별도의 연료 없이 태양에너지와 전기역학적 에너지로 작동되기 때문에 비용절감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슬이 우주 쓰레기가 될 수도 있어 운용이 까다롭다는 단점을 가지기도 합니다. 현재는 NASA에 의해 타당성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방법인 ‘우주 작살’은 고분자 소재의 작살을 장착한 위성을 우주 쓰레기 근처로 보낸 뒤 쓰레기에 쏘아 궤도를 이탈시키는 방법이고, ‘레이저 요격'은 레이더로 우주 쓰레기의 정확한 위치와 경로를 추적한 다음, 사거리 안에 들어오면 요격 레이저로 우주 쓰레기를 맞추어 떨어뜨리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우주 작살과 레이저 요격 방법은 우주무기로 개발될 위험이 있어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우주 연구뿐만 아니라 민간의 항공우주 사업이 증가하면서 우주 쓰레기 처리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주 쓰레기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에 부딪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우주 연구 및 개발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우주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내용이 그러한 고민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포스팅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고재원 기자, <별 헤는 밤 망치는 우주쓰레기 어이할꼬>,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9244
구본권 기자, <2025년 첫 우주쓰레기 수거해온다>,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920652.html
변지민 기자, <우주쓰레기 없애는 9가지 방법>, https://www.scienceall.com/%EC%9A%B0%EC%A3%BC%EC%93%B0%EB%A0%88%EA%B8%B0-%EC%97%86%EC%95%A0%EB%8A%94-9%EA%B0%80%EC%A7%80-%EB%B0%A9%EB%B2%95/
사이언스타임즈, <혁신적 우주쓰레기 청소 기술>,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D%98%81%EC%8B%A0%EC%A0%81-%EC%9A%B0%EC%A3%BC%EC%93%B0%EB%A0%88%EA%B8%B0-%EC%B2%AD%EC%86%8C-%EA%B8%B0%EC%88%A0/
유지한 기자, <[IF] '골칫거리' 우주 쓰레기, 2025년 로봇 쏘아 올려 청소>,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9/2019121900162.html
정민하 기자, <1억개 '우주 쓰레기' 청소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2/10/2021021002033.html
KBS NEWS, <[크랩] 지구를 까맣게 덮고 있는 우주 쓰레기, 무려 ○○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02893
'소소한 과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전자 변형 모기 (2) | 2021.05.12 |
---|---|
똑똑한 농장, 스마트팜 (2) | 2021.04.14 |
불가사리 제설제 (0) | 2021.02.17 |
NANO TECHNOLOGY (0) | 2021.01.13 |
아레시보 망원경과 외계지적생명체탐사 (SETI) (0) | 2020.12.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