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플로리다주 키스 제도가 소재한 먼로 카운티 자치정부에서는 GM 모기 실험을 할 것인지를 놓고 공청회와 찬반 투표를 실시하여 GM 모기 살포 실험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실험은 GM 모기를 방사해 모기의 개체 수를 줄이고, 매개 질병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이 실험에는 영국의 생명공학기업 옥시텍(Oxitec)에서 개발한 GM 모기 ‘OX5034’가 사용됩니다. 이 GM 모기는 유전자가 변형된 수컷 모기로, 야생에 방출되어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자손 모기가 죽도록 설계된 모기입니다.
‘사이언스 뉴스’에 따르면 먼로 카운티 주민들은 거의 10년 주기로 뎅기열(dengue fever)에 시달려왔다고 합니다. GM 모기 실험에 대해 찬반 토론을 하게 된 것도 이 지역에서 뎅기열 환자가 대거 발생하였기 때문입니다.
말라리아, 뎅기열, 림프사상충증 등의 질병은 모기에 의하여 매개되어 인간에게 큰 위협이 되어 왔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를 통하여 2019년 한 해에만 2억 290만 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40만 9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는 말라리아가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되며, 주로 경기, 강원, 인천의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5~10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러나 질병매개충인 모기에 대한 방제는 아직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질병 매개 모기를 방제하기 위하여 유전학적 방법을 이용한 방법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매개 모기의 면역반응(innate immunity)에 기초한 방법으로 항말라리아 유전자를 갖고 있거나 항바이러스 유전자를 가져 바이러스가 모기 내에서 증식하지 못하는 GM 모기를 개발하는 방법입니다. 둘째는 치사 유전자를 가진GM 모기를 방사한 후 야생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유도하여 모기의 집단을 감소시키는 방법입니다. 셋째는 ‘Paratransgenesis’라는 방법으로 모기의 중장, 생식기관에 서식하는 공생균을 분리하여 공생균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모기에 재도입하여 GM 공생균이 모기의 생존에 영향을 주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Paratransgenesis’ 방법은 숙주에 병을 유발하거나, 생식에 영향을 주거나, 매개체로서 기능을 상실하게 하거나, 난황 형성과정 및 배 발생과정에 영향을 주어 모기의 집단을 감소시킵니다.
니콜라이 윈드비클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해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유전자를 항말라리아 유전자로 교정하는 데 성공하였고, 그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라이프’에 발표되었습니다. 윈드비클러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나 모기의 개체 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말라리아 전파를 막을 수 있는 항말라리아 유전자에 주목하여 유전자 변형 모기를 개발하였습니다.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에 대한 연구는 그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벤처회사로 시작하였던 Oxitec은 2002년 특정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말라리아 매개 모기인 이집트숲 모기에 삽입해 모기가 유충에서 성충으로 자라는 걸 방해하여 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 ‘OX513A’라는 GM 모기를 생산하였습니다. 또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암컷의 생식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자를 망가뜨려 암컷의 생식 능력을 줄이는 방식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방식은 모기의 개체 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생물의 종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습니다. 또한 모기를 먹이로 하여 살아가는 토착종 박쥐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GM 모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뜨거운 논란이 있으나 시험 방출을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얻어냈고, 미국에서 실험이 시작되는 중입니다.
과학자들은 GM 모기를 퍼뜨리기 위해 모기 알을 담은 박스를 제작하여 플로리다 키스 제도에 배치하고, 이 박스 안에 들어있는 알들은 GM 수컷 황열 모기로 성장해 야생의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하게 됩니다. 이후 생식이 불가능한 자손 모기가 태어나 황열 모기의 개체 수를 줄여 나가게 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GM 모기는 다른 모기들과 달리 사람의 혈액을 좋아하지 않고, 꽃 속에 있는 꿀이나 과일의 과즙을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옥시텍에서는 2014년 축구 월드컵을 개최한 브라질에 GM 모기를 살포한 이후 지금까지 세계 전역에서 수백만 마리의 수컷 모기를 공급했습니다. 2016년에는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서 GM 모기를 살포하였고,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야생 모기의 90%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모기의 개체수와 뎅기열 환자가 발생한 수 사이의 상관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이번에 승인된 GM 모기 방사 실험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또한 야생에 살포된 GM 수컷 모기가 다른 종에 영향을 미쳐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과학자들과 주민들 사이에는 이 실험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는 현재 실험 구역을 플로리다 키스 제도 내 물이 고여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500m가 넘는 외곽 지역에서는 GM 모기를 살포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GM 모기 실험은 첨단과학을 이끌고 있는 미국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실험의 과정 및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에서의 GM 모기 실험이 진행될 수 있다고 합니다. GM 모기를 통해 황열 모기 개체수를 감소시킨다면 뎅기열 등의 모기 매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아직 GM 모기가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GM 모기 방사는 매우 조심스럽고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GM 모기 방사 실험이 이미 허가되어 진행된 이상, 모기 매개 질병의 발병률을 낮추면서 생태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아 새로운 모기의 방제 방법으로 개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LMO 연구개발 및 관련 산업, http://www.biosafety.or.kr/LIB_DATA/baek/2017/7%EC%9E%A5%20LMO%20%EC%97%B0%EA%B5%AC%EA%B0%9C%EB%B0%9C%20%EB%B0%8F%20%EA%B4%80%EB%A0%A8%20%EC%82%B0%EC%97%85.pdf
[이슈톡] 유전자 변형 모기 방사…주민들 "테러 행위", 김수산 리포터,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today/article/6163163_34943.html
미국 최초로 GM 모기 살포 실험 – 이강봉 객원기자,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AF%B8%EA%B5%AD-%EC%B5%9C%EC%B4%88%EB%A1%9C-gm-%EB%AA%A8%EA%B8%B0-%EC%82%B4%ED%8F%AC-%EC%8B%A4%ED%97%98/
유전자 교정 기술로 모기 말라리아 전파 능력 없앴다, 이현경 기자,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5660
美 모기와의 전쟁, ‘킬러 모기’ 7억5000만마리 푼다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http://m.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8&nNewsNumb=002624100021
플로리다에서 방사된 GMO 모기 , https://korean.mercola.com/sites/articles/archive/2020/07/27/%ED%94%8C%EB%A1%9C%EB%A6%AC%EB%8B%A4%EC%97%90%EC%84%9C-%EB%B0%A9%EC%82%AC%EB%90%9C-gmo-%EB%AA%A8%EA%B8%B0.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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