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이지유의 이지 사이언스 01. 지구
지은이 - 이지유
출판사 - 창비
목차 - 1장 지구로 가 보자! / 2장 지구의 사계절 / 3장 지구 생명체의 구애와 번식 / 4장 지구인은 누구인가? / 5장 인간적이라는 것 / 6장 과학적이라는 것
"한 장으로 읽는 컴팩트한 최신 과학!
과학적 사고와 인문학적 상상의 유쾌한 만남"
-[교보문고]
오늘 리뷰할 도서는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내 이름은 파리지옥' 등 많은 어린이 및 청소년 과학도서를 쓴 이지유 작가님의 신간입니다. <이지유의 이지 사이언스> 시리즈는 총 네 권(1. 지구, 2. 우주, 3. 동물, 4. 옛 이야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는 그 중 첫 번째인 지구 편을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이지사이언스 지구편은 6개의 장마다 12-13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4시간 합주하는 화산', '혹돔은 모두 암컷으로 태어난다', '진딧물의 출산 정책' 등 제목만 보아도 흥미로운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제 뿐 아니라 이지사이언스 시리즈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특이한 책 구성입니다. 책을 펼치면 왼쪽 장에는 오른손이 부러져 왼손으로 그린 작가님의 재치 있는 그림이 있고, 오른쪽 장에는 위트 넘치는 과학 글이 짧게 적혀 있습니다. 한 장의 짧은 글은 독자들이 과학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쉽게 쓰여 있으면서도 다양한 최신 과학 지식과 더불어 인문학적 상상력을 함께 고민할 수 있게끔 합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주제를 리뷰에 다뤄볼까 합니다. 위 사진은 열대 우림에 서식하는 식충 식물인 네펜데스입니다. 네펜데스는 긴 호박을 닮은 식충 식물로 위에 뚜겅이 달린 통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통 속에는 시큼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소화액이 들어 있어 원주민들은 뚜껑이 열리지 않은 어린 네펜데스를 따서 안의 액체를 소화제로 마시기도 한다고 합니다. 특히 네펜데스 중에는 작은 쥐가 싼 똥을 받아 녹인 뒤 흡수하는 종이 있다고 하는데, 그 경우 입구의 크기가 쥐의 엉덩이 크기와 딱 맞아 떨어져 쥐가 빠지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네벤데스의 뚜껑에는 배설을 촉진하는 물질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먹은 쥐가 그 자리에서 배설을 하게 되고, 네펜데스는 그 똥에서 질소와 미네랄을 얻는다고 하네요. 쥐의 배설로 영양분을 얻는 식충 식물 이야기가 매우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책은 열대 지방에 사는 동물들이 무더운 건기에 여름잠을 자는 이야기와, 겨울잠을 자는 동안 혈액이 영하 2.8도까지 내려가는 북극땅다람쥐 이야기도 소개합니다. 과학자들은 혈액에 당을 과하게 함유시켜 부동액 역할을 하게 해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가 그러하듯 북극땅다람쥐 혈액도 유사한 원리로 얼지 않는 것이라 예상하였습니다. 하지만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의 혈액을 채취해 냉동실에 넣으니 혈액이 얼어버렸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체온이 아주 천천히 떨어져 응고점 이하에서도 액체로 머무는 과냉각 상태에 놓이도록 하는 물질이 뇌에서 나온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하는데, 이 물질을 찾는다면 인간을 동면 상태에 들게 해 장기간 우주 비행을 할 수 있음은 물론, 뇌졸중 등 뇌질환 환자들의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얼핏 보면 무시무시 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왠지 모르게 귀여운 혹돔에 관한 에피소드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혹돔은 모두 암컷으로 태어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하지만 암컷만 있으면 새끼를 낳을 수 없기 때문에 암컷 중 일부가 후에 수컷으로 변하게 된다고 합니다. 수컷이 되면 위 사진처럼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기게 됩니다. 대장 수컷은 주변의 모든 암컷의 남편이 되고, 이 수컷 한마리가 너무 오래 장기 집권하면 유전자 다양성의 측면에서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의 암컷 중 가장 크고 힘이 센 개체가 서서히 수컷으로 변해 대장 수컷의 자리를 두고 결투를 치른다고 하네요.
그 밖에 색이 예쁜 해면을 코에 얹어서 암컷에게 선물하는 병코돌고래의 이야기, 거미줄로 꼼곰히 포장한 먹이 선물을 암컷에게 선물하여 암컷이 선물을 풀고 먹이를 먹는 동안 짝짓기를 시도하는 유럽서성거미 이야기, 해가 지지 않는 100일 동안 쉬지 않고 광합성을 하는 알래스카의 채소 이야기, 뉴턴이 빛을 파장별로 구분하며 '도레미파솔라시도'에 맞추느라 잘 보이지 않는 색을 넣는 바람에 오색 무지개가 일곱 빛깔 무지개가 된 이야기 등의 여러 가지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책은 다루고 있습니다.
청소년 과학 도서이긴 하지만 여러 과학 지식들을 유쾌하게 설명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고, 또 왼손으로 그린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장의 글은 아포리즘 형식으로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사회적 시대적 문제에 고민하게끔 짧고 강하고 인상 깊게 마무리를 짓고 있어 매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지 사이언스 다른 시리즈도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개인적인 책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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