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도서리뷰

[도서후기] 살아 보니, 시간

by minnni 2024. 6. 7.
반응형

 

 

 

 

 

 

저자: 이권우, 이명헌, 이정모, 김상욱

출판: 생각의힘

목차: 여는 글|시간의 의미, 환갑의 의미_김상욱 / 1 과거, 현재, 미래 / 2 지금 / 닫는 글|시간 여행_이명현 / 기획의 변|강양구가 바라본 삼이(三李)

 

 

 

 

 

여기, 과학과 세상과 그 모든 가능성을 둘러싸고 끝내주게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보이는 책이 출간되었다. 천문학자이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명현, 펭귄 각종과학관장 이정모, 도서 평론가 이권우 그리고 물리학자 김상욱이 한데 모여 시간의 요모조모를 논한다.

책은 1부(과거, 현재, 미래)와 2부(지금)로 나뉜다. 1부에서는 시간에 관해 우리가 가진 인식과 과학자가 지닌 인식 사이의 간극을 파고들고, 2부에서는 무량 광대한 세계에서 우리가 발 딛고 선 지금 이 순간을 촘촘하게 검토한다. 넷은 ‘시간’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였지만, 한목소리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들 각자의 고유한 ‘시간’을 들려준다. 독자는 《살아 보니, 시간》 한 권 안에서도 시공간을 넘나드는 오묘한 체험을 한다. 때로는 숫자, 때로는 기억, 때로는 경험으로 존재하는 시간의 모든 것을 살펴 본다.

- 교보문고 책소개

 

 

 

 

 

 

 

 

<살아 보니, OO> 시리즈는 환갑을 맞은 이권우 평론가, 천문학자인 이명헌 박사, 국립과천과학관의 이정모 관장의 대담을 담은 책으로 각각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와 함께한 <살아 보니, 시간>,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와 함께한 <살아 보니, 진화>,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와 함께한 <살아 보니, 지능>이 있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도서는 <살아 보니, OO> 시리즈 중에서 김상욱 교수와 함께 시간을 주제로 나눈 대담을 실은 <살아 보니, 시간>입니다.

 

 

 

 

 

 

 

 

김상욱 … 아이슈타인의 시간도 첫 번째 사건과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시계 눈금을 각각 읽고 나서 그 차를 구한 것일 뿐이에요. 그냥 숫자일 뿐인 건데요. 그렇다면 시간에 대해서 그 이상의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죠.

 

 

 

이명현 과학자의 시간 개념을 부연 설명해 볼게요. 시간에 대해 자꾸 오해가 생기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가 사는 이 뉴턴 역학적인 공간과 시간에서, 공간이 직관적인 데에 반해 시간은 그렇지 않아요. 공간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몇 걸음인지를 걸어보면 잴 수도 있고 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앞에서 김상욱 선생님께서 설명했듯이 시간 간격이라는 걸 통해 개념화한 겁니다. 그게 과학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

 

 

 

 

 

처음에 시간의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의 시각에서 시간은 단지 숫자일 뿐이라는 관점을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에 대해서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시간의 정의에 대해서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 순간을 단지 숫자로 나타낸 것뿐이라는 관점이 색다르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강양구시간이 흐른다는 비유에 혹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생명 현상 때문입니다. 생명 현상은 끊임없이 변하죠. 태어나서 성장하고 노화하고 소멸하고.

 

 

 

 

다음으로 시간이 흐른다라는 표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명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정모 그런데 지금 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봐요. 과장이 아니에요. 지구에 있는 육상 척추동물의 양은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단지 구성이 극적으로 바뀌었죠.

지금은 생물량, 즉 무게 기준으로 육상 척추동물의 3퍼센트만 야생동물이고 나머지 97퍼센트가 인간과 가축이에요.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한 종이죠. 여기에 소, 돼지, , 양 등을 합해 봤자 채 수십 종이 안 됩니다. 지구 생명체의 종 다양성이 급격하게 줄었어요.

 

 

 

 

이정모 지금 이미 인간 활동으로 지구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에 심각한 변화가 생겼어요. 그러다 기후가 변하게 되는 거죠. 앞서 19세기 중반 산업화 이전의 평균 지구 표면 온도(13.7) 대비 1.5도 상승하는 걸 막자는 목표치는 지키기 어려워졌고 2, 3도 이상 오르는 것도 현재 추세로는 이상하지 않아요.

이런 기후 변화로 대멸종이 가속할 때 과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지구에 살았던 생명체 가운데 시간을 정의해 보려고 시도했던 유일한 종입니다. 우리 기준으로 우주의 시간지구의 시간생명의 시간으로 해석했죠. 그런데 시간을 고민하는 인간이 사라지면, 과연 시간이 의미가 있을까요?

 

 

 

 

생명의 시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일어났던 진화와 대멸종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현재 기후 변화로 지구의 표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게 되고 인간의 영향으로 생물의 종 다양성이 줄어드는 모습을 대멸종에 연관 지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저는 그중에 위에서 소개한 우리 기준으로 우주의 시간과 시구의 시간을 생명의 시간으로 해석했죠. 그런데 시간을 고민하는 인간이 사라지면, 과연 시간이 의미가 있을까요?’라는 문장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그러면서 우리가 좀 더 기후 위기나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강양구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요. 이렇게 직원증 확인하고, 지문 찍는 일에 문제의식이 있는 동료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한 3년 하다보니 저도 그런가 보다 하면서 지문 찍는 거죠. 처음의 불쾌감도 무뎌지고요. 그러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죠. ‘나도 어느새 훈육되었구나!’ 강제된 노동 규율을 점차 내면화하고 있는 거예요.

 

 

 

이권우 정리하자면 우리가 노동시간을 줄이는 일과 함께 시간표, 시계, 징벌의 반복적 계열화에서 어떻게 벗어날지를 궁리해야 해요. 이 삼각동맹에서 벗어나야 드디어 우리가 온전히 통제된 시간에서 해방될 수 있지요. 일하러 가는 게 그렇게 싫은 것도 이 삼각동맹의 압박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생겨서일 수도 있어요.

 

 

 

강양구 팬데믹 때 우리가 깨달았잖아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를 비롯한 의료계 종사자,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보육교사,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요양보호사, 교사 등이 없으면 가정, 공동체 그리고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요.

그런데 이 가운데 임금이 높은 사람은 의사 정도예요. 나머지는 모두 형편없습니다. 심지어 어떤 직업은 최저 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이에요. 장하준 선생님은 이렇게 묻죠. 이런 직업을 놓고서 핵심 일꾼”(영국)이라고 칭송했는데, “어떤 일이 ‘핵심’임을 인정한다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제일 좋은 보수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이 책에서는 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노동시간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노동시간은 과학과 상관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직장을 다니며 일을 하는 노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근대에 기술이 발달하면서 확립된 개념이라 전혀 상관없는 개념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우리는 정해진 시간만큼 노동을 하고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면서까지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기도 했고, 노동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노동과 그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정모 나이가 들수록 자꾸 나의 하루를 강박적으로 정량화하려고 해요. 나만 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 하나하나에 가치를 부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가치라는 게 결국은 돈으로 환산하는 거예요. 그래서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시간은 가치가 없는 것이 되고요. 노닥거리거나 빈둥거리는 시간 정도로 치부되지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공감 갔던 부분을 소개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을 가치로 환산하려고 하고 너무 강박적으로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이 아주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돈으로 환산되지 않아도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려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책 평가: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