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물질에서 생명으로
지은이 - 노정혜, 조윤제, 김빛내리, 김성훈, 조진원, 윤태영, 정종경, 김병문, 박종화, 김진수, 신의철
기획 - 재단법인 카오스
출판사 - 반니
목차 - Lecture1. 생명체의 탄생 / Lecture2. DNA: 생명체 번식과 다양성의 열쇠 / Lecture3. 리보핵산: 최초의 생명 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 Lecture4. 단백질: 3차원의 마술사 / Lecture5. 탄수화물의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비밀 / Lecture6. 세포막: 경계와 소통 / Lecture7.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 / Lecture8. 우리 몸에 들어오는 외부 물질: 약인가, 독인가? / Lecture9. 게놈으로 읽는 생명, 유전자가위로 유전자 수술하기 / Lecture10. 이상한 나라의 바이러스
『물질에서 생명으로』는 생명의 정의에서 시작하여 유전, 생명의 기본 물질, 에너지, DNA와 유전자가위, 신약과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시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하여 그 응용과 실전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과 사례를 통해 대중이 좀 더 재밌게 과학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소개한다. 과학은 불변의 진리가 아닌 자연에 대한 ‘가장 훌륭한 설명’이므로 더 나은 설명이 등장하면 기꺼이 그 자리를 내어주겠지만, 열린 학문에 대한 질문과 토론은 곧 즐거움이 되고 우리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 [교보문고]
Lecture 3. 리보핵산 : 최초의 생명 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
-RNA-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기초과학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목적으로 카오스 재단이 2017년에 진행한 10회의 대중 강연을 정리하여 묶어 놓은 것입니다. 각 챕터마다 각기 다른 전공 분야 교수님들의 강연이 수록되어 있으며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거나 흥미로웠던 부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DNA는 많이 들어서 익숙한데, RNA는 뭐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Lecture3의 RNA에 관한 강연은 코로나 바이러스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내 최근 많은 주목을 받았던 김빛내리교수님이 진행한 것이어서 반가운 마음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습니다.
RNA는 우리 생명의 기원으로부터 지금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DNA와 RNA는 당에 산소 원자 하나가 더 들어가고 말고의 차이밖에 없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둘은 매우 다른 기능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DNA의 역할은 딱 두 가지, RNA와 DNA를 생산하는 것 뿐이다'라고 책은 설명합니다. DNA에 담긴 온갖 유전정보는 RNA 형태로 발현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며 RNA가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단백질이 우리 몸을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역할 이외에도 RNA는 여러가지 일을 합니다. 단백질 정보를 담지 않는 부분에서도 RNA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들은 단백질은 만들지 못해도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microRNA입니다. microRNA는 RNA 22개 정도로 굉장히 작은 크기입니다. 이들은 mRNA에 붙어서 단백질 합성되는 과정을 억제하거나 바이러스의 RNA에 붙어서 바이러스의 복제를 저해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DNA와 직접 결합해서 RNA 합성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불필요한 것들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초파리의 경우 성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microRNA 8번이 결손되면 크기가 작아져 난쟁이 초파리가 되는 것, 사람의 암세포의 경우 세포가 제때 죽도록 도와주는 microRNA 15, 16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늘어나 암세포가 되는 것 등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RNA가 효소로서 촉매 작용에 참여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은 단백질과 rRNA의 복합체이며, RNA와 RNA를 잘랐다 다시 이어 붙이는 ‘스플라이싱’을 일으키는 RNA도 최근 밝혀졌습니다. 우리 몸에서 RNA가 참으로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RNA의 활용-
그렇다면 RNA는 어떻게, 어디에 이용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약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micro RNA 같은 경우에는 크기도 작고 합성이나 설계도 간단합니다. 단백질은 약으로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RNA는 쉽게 합성할 수 있습니다. RNA의 매우 불안정하여 쉽게 분해되는 문제는 RNA를 지질이나 나노입자로 감싸거나 하는 방식으로 변형시켜 세포 안으로 더 잘 침투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백신입니다. 기존의 백신은 백신이 필요한 시점부터 실제 백신을 생산하는 데까지 기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갑자기 어떤 질병이 닥쳤을 때 백신을 만들어 대처하기가 어렵죠. 만약 비교적 짧은 mRNA를 합성하고 여러 가지 변형을 거쳐 안정하게 만들어주어 우리 몸에 주사할 수 있다면, mRNA가 우리 몸 세포 안으로 들어가 항원을 만들 것입니다.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같은 방법은 바이러스같은 질병 뿐만 아니라 암에 대해서도 활용이 가능한데, 암세포에서만 특별히 만들어내는 암항원 단백질을 찾아내면 그 항원의 항체를 만드는 RNA를 설계해서 세포에 넣어주고 암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Lecture 6. 세포막: 경계와 소통
- 알레르기란-
요즘 꽃가루가 엄청 심하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들은 꽤 고생하고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알레르기는 어떻게 발생하는 걸까요?
책에서는 향기가 일종의 화학물질기 때문에 그 물질을 인지하는 특별한 항체가 존재하며 그 항체가 알레르기를 유도하는 ‘히스타민’의 ‘마스트셀 Mastcell’에 달라붙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화학물질이 우리 몸 안에 들어오려고 하면 우리 몸은 이를 바깥으로 배출하려 하는데, 알레르기 반응의 경우 재채기를 하거나 콧물을 흘려서 화학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사람마다 알레르기 반응이 다른 이유는 개인마다 특정 물질을 인식하는 막 단백질의 존재 유무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막단백질이 없어서 면역계가 반응을 하지 않고 어떤 사람은 면역계가 반응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불포화 지방산을 먹는 이유-
흔히들 불포화 지방산이 우리 몸에 더 건강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포화 지방산과 불포화 지방산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지질 분자는 쉽게 말해 친수성 머리와, 소수성 긴 두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 형태입니다. 세포막은 지질분자의 이중막으로 되어있다고 알려져 있죠. 불포화 지방산과 포화 지방산의 차이는 지질 분자의 꼬리에 존재하는 탄소 이중 결합의 유무입니다. 포화 지방산과 다르게 불포화 지방산은 탄소 이중 결합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이 얼음인 고체가 될 수도 액체가 될 수도 있는 것과 마찬자기로, 지질 분자도 온도가 낮아지면 젤 상태로 고정되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온도가 높아지면 얼음이 물로 녹듯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우리 몸의 세포막의 경우는 유연하지 못하고 젤 상태로 빳빳하게 굳어있다면 혈관도 쉽게 터지는 등 건강에 위험한 순간이 오게됩니다. 따라서 적절한 유동성을 가져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세포막이 더 건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빳빳하게 곧은 꼬리로만 구성되어 잘 정렬되어 있는 포화 지방산의 경우에는 녹는점이 섭씨 55이기 때문에 체온에서도 단단한 세포막이 되는 반면, 휘어진 모양의 지질 분자들이 섞여 반쯤 정렬된 불포화 지방산의 경우에는 녹는점이 영하22도까지 내려갑니다. 이러한 이유로 불포화지방산이 더 좋다고 말 하는 것이죠. 상온에서 굳지 않는 기름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 올리브유와 다르게 상온에서 바로 굳어버리는 소·돼지 기름이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제 이해가 됩니다!
Lecture 8. 우리 몸에 들어오는 외부 물질: 약인가, 독인가?
-생체 이물질-
‘우리 몸에 있는 생체 물질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 들어오는 외부 물질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죠. 이런 외부 물질을 ’생체 이물질(Xenobiotic)’이라고 합니다.’ - 206p
책에서는 생체 이물질을 일반인들에게 너무나 친숙하고 잘 알려져 있는 '보톡스'를 예시로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름 진 얼굴이 팽팽하게 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보톡스가 사실은 생체 단백질의 하나로,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이라고 하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신경독 단백질이라고 합니다. 주름이 생기는 이유는 나이를 먹으면서 얼굴에 표정을 짓는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인데, 보톡스는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해서 일시적으로 주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보톡스가 현재까지 알려진 독 중에서 가장 강력한 독 물질 중 하나인 것 알고 계셨나요? ‘반수 치사량(Lethal Dose)’이라는 단위는 실험 대상 개체를 죽일 수 있는 치사량의 반을 의미하며 이는 다시 말해 한 개체의 반수를 죽일 수 있는 양을 말합니다. 보톡스의 경우 60-70 나노그램만 있어도 사람 한명의 생명을 앗아갈 확률이 반이 되며, 전 세계 인구를 70억이라고 했을 때 500g 정도의 보톡스만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하네요. 따라서 피부 미용에 쓸 때는 굉장히 소량, 정해진 양만 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평소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거나, 다른 관점 혹은 다른 면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책 <물질에서 생명으로>를 읽으면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알레르기, 불포화지방산, 보톡스와 같은 것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새로운 사실을 배우게되어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강연을 하는 교수님들이 과학적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자 한 것 같지만 아무래도 교수님들 본인의 전공 분야를 기본으로 설명하려 하다보니 내용 자체는 전문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책의 매 강연 뒷 부분에 있는 패널토의와 현장질문 부분을 보면 이 강연이 어느정도 생명 과학분야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생물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나,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책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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