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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리뷰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by wonnni 2020.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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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책 제목 -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지은이 - 최준석

출판사 - 바다출판사

목차 - 1장. 우리는 지금도 구석기 시대를 산다 / 2장. 작은 권력도 마음을 부패시킨다 / 3장. 이토록 다채로운 성의 세계라니! / 4장. 내 몸을 공부하는 시간 / 5장. 나는 나의 기억이다 / 6장. 인간은 빅뱅의 산물 / 7장. 나는 늙고, 별도 늙는다 / 8장. 쥐라기 공원이 아니라 백악기 공원 / 9장.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인이다 / 10장. 나의 (귀)신 추방기 / 11장. 인류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평생 문과로만 살아온 언론인, 왜 뒤늦게 과학책에 푹 빠졌을까?'

 

강렬한 책 띠지 문구가 눈에 띄어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골랐습니다. 책의 첫 장의 저자소개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30년 넘게 기자로 활동하다 뒤늦게 과학책에 빠져 8년 이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과 출신의 중견 언론인. 저자 최준석은 과학책을 읽느라 어떻게 하루가 가고 계절이 바뀌는지 정신 못 차리다, 하마터면 이렇게 재밌는 걸 모르고 갈 뻔 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그간 열심히 읽었던 인문·철학·역사책들은 책장 한편으로 넣어두고 과학책으로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문과 출신의 중견 언론인이 어쩌다가 과학책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까, 과학을 전공으로 하지 않은 사람이 풀어내는 과학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 생각하며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방대한 과학적 지식과 그 지식들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서술 솜씨에 감탄하였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읽은 '과학책 300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생명의 기원에서부터 유전학, 사회생물학, 빅뱅이론, 핵물리학까지 폭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으며, 각 장을 설명하는 데 적게는 16 권 많게는 57 권의 책을 참고하여 서술하고 있습니다. 과학을 전공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면서, 또 마냥 얕지 않고 깊이 있는 정보를 다루고 있는 유용한 교양 과학 서적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몇 가지 부분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침팬지에게 배우는 권력 법칙


 

저는 예전부터 '제인 구달' 같은 과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침팬지와 우정을 나누며 침팬지 서식지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는 것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그늘에서>는 제인 구달이 탄자니아의 곰비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체류 10년이 된 시점인 1971년에 자신의 연구를 중간 정리하여 발표한 연구서입니다. 이 연구서를 통해 제인 구달은 당시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침팬지의 ‘도구 제작’과 ‘육식 습관’을 발표합니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하는 유일한 존재라 생각하였는데 침팬지가 개미를 잡을 때 나뭇가지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죠. 거기에 더해, 과일과 풀을 먹는 평화로운 동물일거라 생각한 침팬지가 육식을 하고 동족 살해를 한다는 보고는 당시 서구 학계에 큰 충격을 줍니다.

 

“한때 인류학자는 침팬지가 체질적으로 평화로운 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야생에서 오랫동안 침팬지를 관찰한 최초의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이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마주친 상대가 외톨이거나 작은 집단에서 어쩌다 떨어져 나온 수컷이라면, 수컷들은 녀석을 잡아서 야만적으로 죽인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가락과 성기를 물어뜯고, 살점을 떼어 내고, 사지를 꺾고, 피를 마시고, 기도를 뜯어낸다. 침팬지들이 이웃 사회의 수컷만 골라 몽땅 죽인 일도 있었다.”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거)

 

제인 구달이 이런 사례들을 발표했을 때 과학자들은 이것이 변칙적 발작인지 혹은 영장류학자가 관찰을 위해 침팬지에게 먹이를 제공했기 때문인지 의심했습니다. 사람들은 평화롭고 전쟁을 싫어하는 침팬지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시대적 배경 상황 즉 제2차 세계대전에 행해진 대량 살인과 잔인한 전쟁의 기억이 연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인간과 진화상으로 제일 가까운 침팬지가 본능적으로 전쟁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어쩌면 우리 인간의 유전자에도 살인과 전쟁의 유전자가 본능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침팬지와 함께 인류에 가장 가까운 진화상 친척으로 보노보가 있습니다.  보노보의 경우 과일을 가지고 있는 수컷에게 암컷이 다가가 성관계를 한 다음 사이좋게 과일을 나눠 먹는 등 성행위를 거래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보노보가 성행위로 모든 갈등을 해결한다고 알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들은 당황스럽고 신기하고 재밌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생김새가 매우 흡사하지만, 침팬지는 권력으로 성 문제를 해결하고 보노보는 성으로 권력문제를 해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먹이를 눈앞에 두고 갈등과 경쟁 상황이 일어나면 보노보들은 먼저 성행위를 해 화해를 한 다음 사이좋게 먹이를 나눠 먹는다고 합니다. 보노보 세계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도, 사냥도, 수컷의 지배도 없고(암컷이 대장) 성행위만 넘치는 것이죠. 보노보는 인간만이 성적 만족을 느낀다고 생각했던 오르가슴을 느낄 뿐만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여러 가지 성행위 체위를 즐기며, 심지어 동성애가 일상이라고 합니다.

 

 

침팬지의 공격적인 본성을 보고 우리 인간도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이고 권력을 탐하는 동물이라 생각하며 많은 충격과 고뇌에 빠졌던 사람들은 보노보의 발견 이후에 인간의 본성의 가능성과 잠재성을 공감, 배려, 협력 부분에서 새롭게 생각하게 됩니다. 프란스 드 발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침팬지보다 더 잔인하고, 보노보보다 공감 능력이 더 뛰어난 우리는 양극성이 가장 심한 유인원이다.”

 

 

보노보 (출처-google image)


 


별은 우주 연금술사!


 

책을 읽기 전에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산소와 탄소 등의 원소가, 화학책의 주기율표에 나오는 100개가 넘는 원소들이 어디에서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별'이 바로 원소를 만들어 내는 우주 용광로라고 합니다. ‘태양의 에너지원은 무엇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쫓던 핵물리학자들은 원소들이 태어나는 장소가 ‘별’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별에 가보지 않고 지구에 앉아서 별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 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을 알아낸 과학자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태양의 에너지원은 무엇일까요. 이제 우리는 태양의 에너지원이 수소의 핵융합 반응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초기의 태양 연구는 19세기 서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산업혁명 시대였던 18세기에는 석탄이 태양의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19세기 말에 방사능이 발견되었을 때는 방사능 물질이 태양의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던 중 1868년, 태양 스펙트럼에서 지구에서는 보지 못한 처음 보는 원소가 발견됩니다. 태양에서 발견된 원소라 해서 태양의 그리스어인 ‘헬리오스’라는 이름을 써 ‘헬륨’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이 이름을 붙인 사람이 바로 <네이처> 저널의 창립자 노먼 로키어라고 합니다. 책을 통해 과학적 지식 뿐만 아니라 네이처의 창립자가 헬륨의 이름을 붙인 사람이라는 사실 등 알아두면 재미있는 상식들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가끔 과학자들의 싸움, 업적을 빼앗긴 이야기 등 뒷 이야기들이 더 재밌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별은 늙고 죽어가면서 원소들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빅뱅에서 1차 재료(수소, 헬륨, 리튬), 별에서 2차 재료(원소기호 2번 헬륨부터 나머지 원소까지)가 만들어집니다. 저 우주의 별이 태어나 늙고 죽지 않았다면 지구상에 생명체가 태어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우주의 모든 은하들, 지구의 모든 생물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와 분자와 몸은 깊은 차원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놀랍습니다. 별은 수소라는 한 가지 물질로 시작해서 헬륨, 탄소, 네온, 산소, 규소, 철 순서로 층이 하나씩 추가 됩니다. 이를 '우주양파 (cosmic onion)'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적색거성은 늙은 별을 의미하는데, 적색거성 중 질량이 무거운 별은 우주 양파를 만드는 작업이 끝나면 순식간에 초당 3만 6000마일의 속도로 철 알맹이가 붕괴되며 대략 지구 크기(지름 1만 2,742킬로미터)의 쇠공이 20킬로미터 지름 크기로 쪼그라들게 됩니다. 이렇게 쪼그라든 철 알맹이가 압축 한계에 도달하면 눌려진 스프링이 튕기듯 별 전체가 폭파하여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는데 이것이 '초신성'이며, 초신성이 폭발하고 남은 질량이 일정 한계를 넘어 생성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블랙홀'입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지식들을 책을 읽으면서 하나로 연결되어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초신성 (출처-google image)

 

 

 

 


 

책을 다 읽고 나니 읽고 싶은 과학 책 수십권이 체크가 되어 있어 당분간은 도서 리뷰로 어떤 책을 봐야 할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평소 물리와 우주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고 잘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끈 이론', '다중우주론' 등의  여러 이론들을 접할 수 있어서 과학적 상식이 늘어난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책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우주에 관한 과학책 리뷰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아래에 최준석 작가님이 연재하고 있는 <과학 연구의 최전선>과 유튜브 채널 <최준석 과학>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tagLst.asp?tagCtcd=%B0%FA%C7%D0%20%BF%AC%B1%B8%C0%C7%20%C3%D6%C0%FC%BC%B1

 

주간조선 > 커버스토리

 

weekly.chosun.com

 

유튜브 채널 <최준석 과학>

https://www.youtube.com/user/iohcsj

 

 

 

 

개인적인 책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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