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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리뷰

벌레의 마음 - 예쁜꼬마선충에게 배우는 생명의 인문학

by wonnni 2020.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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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마음

 


책 제목 - 벌레의 마음 

지은이 - 김천아, 서범석, 성상현, 이대한, 최명규

출판사 - 바다출판사

목차 - 서문 / 제 1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신경에서 행동까지 / 제 2부. 생명의 보편성: DNA에서 세포까지 / 제 3부. 늙는다는 것은 생명의 일: 선충에서 인간까지 / 부록


 

 

지난번 리뷰한 책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를 읽다가 다음번에 읽어야지 하고 표시해 둔 여러 책들 중 <벌레의 마음>을 이번 리뷰 도서로 선정하였습니다. 유명한 교수나 외국의 이름 있는 학자들이 쓴 책이 아닌 서울대학교 유전과 발생 실험실에서 같이 동고동락하는 연구원들이 엮은 책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습니다. '예쁜꼬마선충에게 배우는 생명의 인문학'이라는 부제의 '인문학'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을까요. 처음에는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였는데, 읽다보니 '예쁜꼬마선충'으로 연구되고 있는 많은 흥미로운 연구들을 실제 논문 사례로 들어 설명해 주는 깊이있는 책임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현대 생물학의 최전선에서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고 있는 다섯 명의 과학자는 책 곳곳에 과학자로서 느끼고 있는 고민들을 진지하게 녹여내고 있습니다.

 

 

서문에서 저자들은 "과학적으로 검증됐다."라는 말이 거의 종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언급하며 연구실 밖으로 나온 과학은 객관성을 상실하고 논리적 비약과 성급한 일반화로 대중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실 안의 무거운 과학과 바깥의 가벼운 과학의 간극은 '소통의 부족'에서 온 결과라 말하며 저자들 스스로 과학과 대중이 소통하는 데 필요한 통역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됐다."라는 말이 거의 종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입니다. '효능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식품', '과학적으로 검증된 다이어트 방식'과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빈약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근거에 기반을 둔 사례가 많습니다. 이렇게 언론을 통해 부풀려진 과학적 발견들은 상업화를 통해 각종 식품, 의료 기구, 관련 서적 등에 끼워 팔리면서 몇 겹의 옷을 더 껴입습니다. 연구실 밖으로 나온 과학은 종종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객관성을 점점 상실하고 수많은 논리적 비약과 성급한 일반화로 점철됩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전제로 그릇된 결론을 내릴지, 연구 과정의 실수로 왜곡된 연구 결과가 나올지 늘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하는 저희에게 이런 '과학의 가벼움'은 퍽 불편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치밀한 논리적 분석과 엄격한 실험 과정을 준수해야 하는 연구실의 과학은 꽤 무거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실 안의 무거운 과학과 바깥의 가벼운 과학, 그 무게의 간격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서문 (7p)

 

 


 

예쁜꼬마선충 (google image)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nas)은 생물학 연구를 위해 특별히 선택되는 대장균, 효모, 초파리, 개구리, 생쥐 등 ‘모델 생명체’중 하나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자 중 거의 40%가 인간에게 보존되어 있고, 세포 사멸, 노화, 신경 발생 등과 관련된 수많은 생물학적 기작이 예쁜꼬마선충 실험 결과를 통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이 알려져 있습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벌레의 마음(mind of worm)’은 1960년대 말에 시작되어 20년 가까이 진행된 예쁜꼬마선충의 신경 전체를 시각화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이 투명하고 단순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쉬웠고 이를 통해 예쁜고마선충의 모든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개별 신경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연구와 달리 이 프로젝트는 신경계 구조 전체인  ‘신경 회로’ 에 대한 연구로써 신경과학 분야의 선도적 연구사례가 되었고,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인간의 전체 뇌 지도를 그리는 BRAIN Initiative와 인간 뇌 프로젝트(HBP: Human Brain Project)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형광으로 빛나는 예쁜꼬마선충 (google image)

 

 

책은 쌍둥이가 똑같지 않은 이유, 미토콘드리아 모계 유전의 비밀, 짠맛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고찰, 소식과 간헐적 단식의 수명 연장 효과 등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하여 밝혀낸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훗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연구의 기본 토대를 현미경으로 살펴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선충으로 연구를 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습니다.

 

 


 

 

서문에서 말했듯이 저자들은 어려운 과학과 대중 사이의 통역자로서 책을 끝까지 잘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이 어설픈 통역이 낭독이 될까 걱정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생물학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의 경우엔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물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나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현 시대에 생물학이 어떤 식으로 연구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고,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의 고민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명의 과학자들은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고 있지만 사실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친구에 대해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사실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자연에서 멀어져 통제된 실험실의 조건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생물학 연구에 매진할수록 자연과 멀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자들은 또 실제로 궁금한 내용과 현실적으로 실험 방법을 생각하고 어떻게 질문을 던질지는 다른 문제라 이야기 하며 연구의 어려움을 말하기도 하고, '좀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더 쉽게 논문을 낼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논문들을 보고 느끼는 고민들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던 생명 현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좋은 논문을 발견하였을 때의 강렬한 느낌과 질투에 대해 말하기도 합니다.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책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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