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과학이야기

한국의 토끼

by minnni 2022. 12. 21.
반응형

 

 

2023년은 계묘(癸卯)년으로 검은 토끼의 해입니다.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의 토끼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토끼목에는 북한의 높은 산에 서식하는 ‘우는토끼(Ochotona hyperborea)’, 북한의 고산지대 바위 숲에 사는 ‘만주멧토끼(Lepus mandschricus)’, 그리고 한반도 전역에서 서식하는 ‘멧토끼(L. coreaus)’가 있으며, 이중 멧토끼가 바로 주변 야산이나 구릉지의 풀숲에 살고 있는 산토끼입니다.

 

 

멧토끼는 경계심이 많아 먹이를 먹고 있는 중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살핀다. (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50820.22026193007)

 

 

산토끼(Lepus coreanus Thomas 1892, 영명 Korean Hare)는 토끼목() 토끼과() 토끼속(屬)에 속하는 포유동물로 멧토끼 또는 야토(野兎)라 부르는 한국 고유종(固有種, EndemicSpecies)입니다. 영국국립포유류박물관(National History Museum of Mammals)에 근무하던 포유류학자인 토마스(Oldfield Thomas)가 1892년에 처음 기록했다고 합니다.

 

 

산토끼의 성체는 몸무게 2.1~2.6 kg, 몸길이 45~54 cm, 꼬리길이 2~5 cm, 7.6~8.3 cm로 여름에는 갈색이었다가 겨울이 되면 흰색으로 털갈이를 하여 추운 겨울을 지내지만 가끔은 털갈이를 하지 않는 토끼도 있습니다. 토끼의 눈은 망막에 색소가 없어 혈관 내 핏빛이 비쳐 보이기 때문에 빨갛게 보입니다.

 

 

산토끼는 짝짓기 계절 외에는 단독생활을 하며, 주로 초저녁이나 밤에 활동합니다. 산토끼는 바위 밑이나 쓰러진 고목 속, 또는 작은 관목들의 뿌리 속을 좋아하지만, 특별히 보금자리를 만들지 않고 일정한 구역 안을 맴돌면서 생활합니다. 위험을 감지하면 시속 80 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충남 연기군 야산에서 발견된 멧토끼 새끼. (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50820.22026193007)

 

 

산토끼의 임신기간은 약 50일 정도이고 태어나자마자 곧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산토끼는 땅의 오목한 곳에 1년에 2~3회 번식하며, 한 번에 보통 2~4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최대 9~10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산토끼는 임신한 상태에서 새끼가 태어나기 전에 또 다른 임신을 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이기복임신(異期複姙娠, 과수정 過受精 또는 과수태 過受胎)이라고 하며 다른 동물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태어나서 털이 생기는 집토끼와 달리 갓 태어난 산토끼 새끼들은 뱃속에서부터 털이 나 있는 상태로 태어납니다. 새끼를 낳은 어미는 새끼를 마른 나뭇가지나 마른 풀로 가려 놓고 자신은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새끼를 지키다가 밤이 되면 새끼에게 다가가 젖을 먹입니다.

 

 

전북 남원시 주천면 지리산 둘레길에서 멧토끼가 두 발로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다. (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50820.22026193007)

 

 

산토끼는 자신을 잡아먹는 동물이 많기 때문에 조그만 소리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산토끼의 큰 귀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만 몸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으며, 귀가 발달해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도 정확하게 알아듣는다고 합니다. 길고 강한 뒷다리도 몸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산토끼는 겨울에 먹을 비상식량을 저장하는 본능이 없어 겨울철에도 나무껍질이나 나무뿌리를 갉아먹고 살기 때문에 나무에 피해를 주기도 하고, 특히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철 보리밭이나 과일나무에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야산에 지천이던 산토끼 다 어디로 갔을까요?

 

 

야생 산토끼가 사라진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는 들고양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애완용 고양이를 방치하면서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산에 살면서 1년에 4회 정도 새끼를 낳고, 많게는 6마리 이상 새끼를 낳으니 야산이 산고양이 천지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양이들의 포식에 의해 소형 야생 동물들의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산에서 산토끼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대신 눈에 찍힌 야생 고양이 발자국은 숱하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개발로 인해 산토끼의 주된 서식지인 야트막한 야산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원인으로 보입니다.

 

 

또한 산토끼를 사라지게 한 계기 중 하나로 소나무 재선충이 꼽힙니다. 소나무 재선충은 1988년 부산에서 처음 시작되어 전국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습니다. 이에 소나무 재선충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항공방제를 시행했고, 그 결과 산토끼의 주식인 연한 나무껍질이나 풀 등이 토끼에게 해롭게 변한 것입니다.

 

 

겨울철이면 멧토끼 발자국으로 얼룩졌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출처 =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792131)

 

 

결국 산토끼를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은 먹이가 줄어들게 되면서 산토끼의 번식력이 낮아지게 되고 세대를 지나면서 개체수가 급감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숲의 보전도 좋지만 산토끼와 같은 소형동물, 초지에서만 자라는 소형 희귀 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집토끼의 경우에는 굴토끼 또는 유럽토끼(Oryctolagus cuniculus)가 가축화 된 것으로 1900년대 일본에서 수입되어 사육되었습니다. 수 백 년에 걸친 품종 개량된 애완용 토끼까지 합치면 전 세계에 80여종 이상의 토끼가 있다고 합니다.

 

 

최초 18 마리로 추정됐던 유기 토끼는 구조·포획 작업을 시작하자 30 여 마리까지 늘어났다. 토끼보호연대 (출처 =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companion_animal/1051810.html#cb)

 

 

지난 7월에는 수리산 입구에서 토끼 18마리가 발견돼 군포시 동물방역팀과 토끼보호연대가 구조에 나선 사건이 있었습니다. 숲이나 굴에 숨어있던 토끼들을 모아보니 개체 수는 30여 마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비에 맞고 굶주린 토끼들은 죽거나 심하게 상처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군포시와 토끼보호연대에 의하면, 서울시 서대문구 ㄱ초등학교에서 기르던 토끼가 중성화 미비로 개체 수가 불어나자 수리산에 토끼 40마리를방사한 것입니다. ㄱ초등학교는 군포시 환경과에 문의를 하였을 때 방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토끼를 산에 풀어줬고, 그것이 유기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국내에 입양되는 반려용 토끼는 유럽 남서부에서 수입된 굴토끼로 산토끼와는 완전히 다르고, 야생 적응 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토끼를 산에 풀어놓으면 토끼는 결국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구조 당시 호박이. 경기 광주시 한 가정집에 들어와 시민의 신고로 지자체 보호소에 옮겨졌다 안락사 직전 구조됐다. 손한빛씨 제공 (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91522150004602)

 

 

유실유기동물이라 하면 개와 고양이가 먼저 떠오르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는 소동물도 많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토끼 분양'이라고 입력하면 2,000원에서 10만 원대에 거래되는 토끼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의 유기동물 입양 홍보는 개고양이 위주여서 토끼를 알릴 기회가 많지 않고,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토끼를 쉽게 살 수 있어 유기 토끼의 입양도 어렵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토끼가 유기되고 입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번에 토끼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토끼는 야행성으로 초저녁부터 활발히 활동하며 환경에 예민하고, 영역다툼이 심해 집단사육도 어렵습니다. 토끼를 진료할 동물병원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입양 전에 충분히 공부하고 준비가 필요합니다.

 

 

 

 

 

 

참고자료

강상준 교수, <산토끼는 다들 어디로 가 버렸을까?>, http://www.kacn.org/data/nature/716904.pdf

국제신문, 백한기 기자, <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13> 멧토끼>,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50820.22026193007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신광태 기자, <야산에 지천이던 산토끼 다 어디로 갔나?>,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792131

한겨레, 김지숙 기자, <무지한 교사들, 무심한 공무원들…토끼 40마리 ‘원정유기’됐다>,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companion_animal/1051810.html#cb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토끼>,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59163

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 ", 고양이만 유기되나요? 토끼도 관심 가져주세요"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91522150004602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