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심장 이종장기 이식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팀이 지난 1월 7일 형질전환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이종장기이식(Xenotransplantation)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종장기이식은 유전적 변형 유무와 관계없이 동물의 살아 있는 장기나 조직, 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2021년 12월 1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2016년 573명에서 지난해 478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장기 이식 대기자 수가 2016년 2만 4611명에서 2021년 3만 8264명(9월 기준)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장기 조직기증원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의료기관의 기증 관련 관심 저하가 장기 기증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각 병원은 기증원에 매월 뇌사 추정자를 통보해주는데, 전국 병원의 월평균 통보 건수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07건에서 지난해 181건으로 줄었고, 올 들어 176건(10월 기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장기 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가적 재난 상황이 지속되면서 병원의 뇌사 추정자 통보가 줄어드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라고 했습니다.
말기 장기부전 환자의 마지막 희망은 새로운 대체장기를 이식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장기이식 대기자에 비해 장기 이식 기증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장기 기증이 더욱 감소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심각한 장기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종장기이식이 하나의 방법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이종장기이식은 부족한 장기를 무한정 공급할 수 있고 환자에게 최적화된 건강한 장기 및 조직 공급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 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각광받습니다.
이종장기이식 공여 동물을 떠올릴 때 사람들은 흔히 우리 인간과 진화계통적으로 가장 근접한 영장류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공여 동물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것은 돼지입니다. 이는 돼지의 장기 크기가 인간과 유사하고 감염병의 위험이 낮으며 번식이 쉽고 유전자 조작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종장기 이식은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는 커다란 난관이 있습니다.
이종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은 크게 네 가지, 초급성 거부반응, 체액성 급성 거부반응, 세포매개성 거부반응이 있습니다.
우선 가장 문제가 큰 '초급성거부반응'입니다. 강력한 면역작용 때문에 장기를 다른 동물에 연결하는 그 순간부터 그 자리에서 괴사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원인은 세포 표면에 있는 '알파 1,3-갈락토오스(α-Gal, 알파갈)'이라는 당 성분이 인체의 면역 시스템이 이상 반응하면서 생겨납니다.
그다음은 '체액성 급성 거부반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일 내에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다음 온몸의 혈관이 조금씩 망가지는 '혈관성 거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수개월 내에 일어납니다. 마지막 네 번재로 전신에 걸쳐 조금씩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세포성 거부반응'이나 '만성 거부반응'이 있습니다. 이런 거부반응은 수년이 지난 다음에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거부반응을 제거하려면 돼지의 유전자를 편집해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돼지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지난해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 메디컬센터의 로버트 몽고메리 이식연구소 소장 연구진은 지난 9월 신부전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결과, 사흘 동안 거부 반응 없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돼지는 면역 거부 반응의 주범인 돼지 세포의 당 분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 ‘갈세이프(GalSafe)'입니다. 갈세이프는 지난 2020년 12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식품 및 의료용으로 써도 좋다는 안전성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돼지를 개발한 업체는 리비비코어(Revivicor)로, 1996년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피피엘 세라퓨틱스(PPL Therapeutics)에서 분사한 기업입니다.
연구진은 돼지 신장을 환자 몸 밖에 둔 채 환자의 혈관을 연결한 뒤 3일간 면역 거부반응과 정상 기능 여부를 관찰했습니다. 사람의 신장 위치에 직접 이식하지 않고 허벅지 혈관에 돼지 신장을 부착하는 '준이식'이었지만, 즉각적인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노폐물을 걸러내고 소변을 만드는 신장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신부전 증상 지표 중 하나인 크레아티닌도 신장 이식 후 ‘거의 즉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지난달 1월 이루어진 심장 이종이식에는 사람의 면역체계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3개와 돼지 심장 조직의 과도한 성장을 초래하는 유전자 1개를 비활성화시키고 인간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유전자 6개를 새로 삽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심장 이종이식 수술이 성공했을지라도 완벽한 형질전환돼지가 개발됐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사람의 장기와 더 유사하고 면역학적 차이가 없으며 안전한 장기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학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종 동물 장기이식은 발전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 동물을 죽여 그 장기를 이용하는 것이라 윤리적인 문제, 기술적으로 거부반응을 완전히 다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 수명이 긴 인간에게 돼지의 장기를 이식할 경우, 장기 자체의 수명이 인간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 등이 자주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환자의 몸에서 얻어낸 세포를 줄기세포로 바꾸고, 그 세포를 배양해 건강한 장기를 시험관 속에서 배양해 장기를 생산하는 '세포 기반 인공장기' 기술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오가노이드'를 응용하는 방법, 장기세포를 인위적으로 쌓아 올려 인공장기로 만드는 '바이오 프린팅' 방법, 두 가지가 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오가노이드란 실험용으로 배양하는 초소형 '장기 유사체'를 말합니다. 바이오 프린팅은 3D 프린터로 배양해 낸 장기의 세포를 쌓아 올려 인체 조직처럼 만드는 기술입니다. 바이오 프린팅 기술은 뼈나 인대, 장기의 형태를 유지하는 단단한 세포 구조체 등의 단단한 조직도 만들 수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낸 틀에 오가노이드로 배양한 세포를 덧붙이면 수술에 필요한 인공 장기를 실제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깁니다.
국내에서도 제넨바이오, 옵티팜, 비엔지티 등 기업들이 이종장기 개발에 나섰습니다.
제넨바이오는 미니돼지의 췌도나 각막, 심장, 피부 등을 이식하는 것입니다. 현재 무균돼지의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 1상을 준비 중입니다. 이종 췌도는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는 1형 당뇨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힙니다.
2019년 8월 서울대학교 바이오 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하 이종장기 사업단) 및 가천대 길병원과 함께 이종 췌도 이식 연구자 임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으나,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에 제넨바이오는 안전성 자료를 추가로 보완해 ‘연구자 임상시험’이 아닌 기업이 주도하는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으로’으로 변경해 작년 8월 IND를 재신청한 상태입니다.
바이오기업 옵티팜도 현재 신장·간 이식은 전임상을 진행 중이며, 이종 췌도 이식은 전임상을 준비 중입니다. 옵티팜은 작년 형질전환돼지 한 마리에서 성인 1명에 이식할 수 있는 충분한 췌도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알렸다. 특정 효소를 활용해 인체 이식에 필요한 충분한 양과 안정적인 크기의 췌도 세포를 분리한 것입니다.
비엔지티(구 엠젠플러스)는 이종장기 분야를 비롯한 인체 난치병 치료 연구용 특수 목적성 돼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를 위한 췌도 이식용 형질전환 돼지(이종장기 제공용)와 신약개발용·인간 질병연구용 모델돼지 등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 치료 등 첨단 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 첨단 재생 바이오 약법(첨생법)이 2019년 국회를 통과하면서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을 이용해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도 연구의 길은 열렸으나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분야이므로 상용화는 점진적이고 추가적인 제도 보완을 통해 여전히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장기 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인 면역 거부반응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다양한 인자들을 유전적으로 조작하여 장기이식용 돼지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개발한 돼지의 장기가 인체에 적합한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어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정영미 박사는 이종장기이식 시 발생할 수 있는 급성 혈관성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할 수 있도록 조작된 유전자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실제 혈관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 조직공학적 순환계 혈관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이처럼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종장기이식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고장난 장기를 새로운 대체 장기로 교체하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참고자료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910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1217/110828427/1
https://m.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16032.html#cb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28766251&memberNo=30120665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20114/111245765/1
https://m.ibric.org/trend/news/subread.php?Board=news&id=33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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