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다이어울프(dire wolf)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다이어울프는 빙하기 미국과 캐나다 남부에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회색늑대보다 몸집이 크고 강한 이빨과 턱을 가지고 있어 말과 들소, 매머드를 사냥했으나 먹이가 멸종하면서 함께 멸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이어울프는 멸종동물이지만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나 각종 창작물에 자주 등장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생명공학 기술로 멸종동물을 복원하는 미국 기업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시스(콜로설)'는 지난 7일 1만 2500년 전 빙하기에 멸종한 다이어울프의 이빨과 두개골 화석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하여 다이어울프를 복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콜로설 연구팀은 다이어울프와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알려진 회색늑대 유전자에서 20개 부위를 교정한 후 대리모인 개의 수정란에 넣어 늑대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그 결과 수컷 늑대 로물루스와 레무스, 암컷 늑대 칼리시, 3마리가 태어났습니다.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로마 건국 신화의 시조에서, 칼리시는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이 늑대들은 또래의 회색늑대보다 몸집이 더 크고 옅은 색 털이 촘촘하게 나 있으며, 꼬리털도 덥수룩하고 목에 갈기와 같은 털이 자랍니다. 연구팀은 현재 비공개 생태보호구역에서 늑대의 성장과 행동을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있으며, 추후 더 넓은 구역에서 복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다이어울프 연구를 포함한 콜로설에서 진행하는 복원 연구의 의의와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콜로설이 복원했다고 주장하는 늑대는 단순히 유전자 몇 개가 바뀐 현존 회색늑대에 불과하며 생명을 무시하는 작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탄생한 다이어울프가 회색늑대와 구별되는 수천 가지의 유전적 차이 중 털 색깔과 질감 같은 신체 특성에만 초점을 맞춰 몇 가지만 편집했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다이어울프 화석에 있는 DNA가 너무 오래돼 손상됐을 가능성도 제기되었습니다. 아담 보이코 미국 코넬대 교수는 태어난 늑대들이 다이어울프의 행동을 배울 수 있는 무리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다이어울프 조상들의 독특한 장내 미생물을 얻은 것도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거기다 2021년 네이처에는 다이어울프가 늑대보다 아프리카 자칼 등 다른 갯과 동물과 더 가깝다는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한편 콜로설은 매머드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코끼리의 유전자를 변형하여 2028년까지 매머드처럼 변한 코끼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콜로설은 아시아코끼리의 피부 조직을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고, 그 줄기세포를 시험적으로 배양해 털매머드와 거의 같은 유전자를 가진 수정란으로 만들어 출산까지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멸종동물인 도도새,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등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콜로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도구로 쥐 줄기세포에서 유전자 7개에서 여덟 부분을 동시에 교정해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길고 곱슬한 털을 구현하고 연구결과를 사전 공개 논문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털북숭이 쥐 연구성과가 발표됐을 때도 탄생한 쥐의 생리학이나 행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유전자를 몇 개 가진 쥐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또한 논문에 따르면 매머드형 변이 유전자 비율이 가장 높은 생쥐는 털색을 제외하고는 매머드와 크게 닮지 않았습니다. 이에 램 CEO는 "우리 목표는 매머드의 정확한 복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매머드가 차지했던 '생태적 틈새'를 채울 생물을 만드는 것"이라며 "멸종된 종을 재건하고 잃어버린 생물다양성과 유전자를 찾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다이어울프와 매머드 등 멸종된 동물을 완벽히 복원한다 하더라도 과거 멸종동물이 살던 서식지 환경이나 먹이가 없기 때문에 복원된 동물이 현대 생태계에 잘 적응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시베리아 동토층에서 발견된 털매머드의 사체를 통해 유전체(게놈) 염기서열이 밝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 종을 복원하기엔 빈틈이 많기 때문에 털매머드와 겉모습이 비슷한 동물을 만들어내더라도 그것을 털매머드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또한 털매머드를 복원하기 위해 수정란을 2년 가까이 품을 암컷 아시아코끼리가 필요하지만, 아시아코끼리는 이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올라있는 멸종위기종이고 ‘대리모’로 동원되어 어떤 건강문제를 겪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도 제기됩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의 유전학자 닉 롤렌스는 콜로설의 연구 방향에 대해 "멸종이 없다면 우리의 실수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라고 말하며, "멸종 방지 기술을 개발하되 남은 동물을 보존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모리셔스야생동물재단의 보존 책임자 비카시 타타야는 ‘네이처’에 “17세기 도도새의 포식자들은 아직도 살아 있는 반면 도도새의 서식지는 대부분 사라졌다”며 “돈이 있다면 서식지를 복원하고 현존 동물의 멸종을 막는 쓰는 게 더 낫지 않느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멸종동물 복원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료를 조사했는데, 자료를 조사하면서 단순히 몇 개의 유전자 편집으로 외형이 닮았다고 해서 그 동물을 복원했다고 할 수 있는지, 멸종동물의 생태적 위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복원을 해도 되는지 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동물을 되살리는 것보다 사라져 가는 동물을 지키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자료
동아사이언스 이병구 기자, <멸종동물 다이어울프 '부활'에 줄비판…"유전자 바꾼 회색늑대 불과">,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71053
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왕좌의 게임' 속 다이어울프, 멸종 1만3천년 만에 복원 첫발>, https://www.yna.co.kr/view/AKR20250408066800009
한겨레 곽노필 기자, <‘왕좌의 게임’ 늑대, 현실 등장…유전자 편집으로 재현>,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191293.html
한겨레 곽노필 기자, <멸종된 도도새를 복원해서 뭐 하려고?>,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80379.html#cb
한겨레 김지숙 기자, <멸종 털매머드 유전자복원, 툰드라에 떼로 풀어놓는다고요?>,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1131904.html
'소소한 과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탈모 고민에 등장한 KAIST 탈모 방지 샴푸 (5) | 2025.03.25 |
---|---|
딥시크, ChatGPT의 대항마가 될까? (6) | 2025.02.19 |
양자컴퓨팅은 차세대 기술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15) | 2025.01.22 |
뱀의 혀의 역할 (2025년 뱀의 해를 맞이하며) (3) | 2024.12.29 |
세상에서 가장 큰 산호초 (3) | 2024.11.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