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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영화리뷰

[영화리뷰] 오펜하이머

by yeonnni 2023.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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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오펜하이머 (Oppenheimer)

개봉 : 2023.08.15. (한국 개봉일)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80분

배급 : 유니버설 픽쳐스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극본 :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 킬리언 머피 (J.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 에밀리 블런트 (키티 오펜하이머 역),
         맷 데이먼 (레슬리 그로브스 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루이스 스트로스 역), 플로렌스 퓨 (진 태트록 역)

 

영화 오펜하이머 공식 포스터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최근 개봉한 '오펜하이머'를 보았습니다.

 

개봉 전부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과 실제 과학자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수많은 기대 속에서 개봉 이후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오펜하이머 공식 티저 예고편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저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기 전 과학자 오펜하이머에 대한 내용을 다룬 다양한 영상들을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러한 내용을 다룬 영상들을 본다면 영화를 보는 동안 더 많은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인 상황 속에서, 원자폭탄의 개발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정치적 견해들에 의해 오펜하이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그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맨해튼 프로젝트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나 책을 읽을 때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나눠보곤 합니다. 맨해튼 프로젝트 시작 전 이야기가 발단과 전개라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과정이 위기와 절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의 이후가 결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1938년 독일의 과학자들은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우라늄 원자가 쪼개지는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원자의 분열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많은 과학자들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강력한 폭탄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발견 이후 약 1년 뒤인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됩니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과학자들은 나치보다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을 찾아가 원자폭탄 개발을 위해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편지에 서명을 받습니다. 이 편지를 받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승인을 받고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는 레슬리 그로브스 미 육군 소장이었습니다. 그는 미 국방부 청사, 즉 펜타곤을 단 6개월이라는 엄청난 속도로 완벽하게 건설함으로써 능력을 인정받아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가 되었습니다.

 

레슬리 그로브스(왼쪽)와 1942년 펜타곤 건설현장(오른쪽) (출처; google image)

 

 

당대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닐스 보어, 엔리코 페르미, 존 폰 노이만,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 등 수많은 과학자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는 레슬리 그로브스 였지만, 수천명의 과학자들을 이끈 사람은 오펜하이머였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의기투합하여 맨헤튼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게 됩니다.

 

레슬리 그로브스(왼쪽)와 J. 로버트 오펜하이머(오른쪽) (출처; google image)

 

 

맨해튼 프로젝트는 정보의 누설을 막고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군데의 시설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도록 구획화를 유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로스앨러모스의 연구소장이자 과학자들의 리더인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 개발을 위해 연구소끼리 연구 결과를 서로 공유하는 것에 관해 그로브스와 자주 충돌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과정 동안에도 수많은 갈등과 고난을 겪습니다.

 

오펜하이머는 기밀을 유지하기 위한 군인들과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충돌을 막고, 이론 과학자들과 실험 과학자들 사이의 분열을 막으며 엄청난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그는 생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론을 실제 폭탄으로 재현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헤쳐나갔습니다.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모순적이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하던 과정 중 우라늄 폭발의 연쇄반응이 멈추지 못해 대기가 불타게 된다면 지구 전체가 멸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이 사실에 대해서 알게 되지만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맨해튼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합니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으면서,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폭탄이 세상을 멸망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저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오펜하이머의 심정이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 모든 책임감을 짊어지고 원자폭탄의 개발에 성공하게 됩니다.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 인류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이 성공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폭우 속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장면이 매우 드라마틱한 연출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트리니티 실험을 앞두고 폭우가 내려 실험 시간을 연기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현실이 더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폭탄 가젯(Gadget)이 투하되고 성공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이 굉장히 돋보였습니다. 폭발 장면을 고요하게 연출하면서 폭탄이 폭발하는 장면과 킬리언 머피(오펜하이머 역)의 표정연기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성공적이었던 트리니티 실험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위해 미국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로 결정하고 투하지점을 선정하게 됩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는 리틀 보이를,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는 팻 맨을 투하하면서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고, 제2차 세계대전은 끝을 맺게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 오펜하이머는 핵무기가 과연 진정으로 세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뇌를 하게 됩니다.

 

그는 원자폭탄을 개발함으로써 전쟁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원자폭탄의 위력을 알게 된다면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원자폭탄 투하 이후 그는 마침내 원자폭탄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변화하고 수소폭탄의 개발을 반대하게 됩니다.

 

 

오펜하이머를 표지모델로 발간된 실제 타임지(왼쪽) 영화 속에 등장한 타임지(오른쪽) (출처; google image)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오펜하이머와 트루먼 대통령의 대화입니다.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 후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오펜하이머는 "내 손에 피가 묻은 것 같다”라고 말하자 트루먼 대통령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손수건을 건네고, 면담을 마치고 나가는 오펜하이머가 들으라고 "징징이를 다시 들여보내지 마라"라고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원자폭탄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현실을 알게 된 오펜하이머의 고통스러움도 드러나면서, 단순히 폭탄을 보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폭탄 투하 결정을 내린 트루먼 대통령이 느낀 감정도 잘 이해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호숫가에서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이 무척이나 기억에 남습니다. 이 장면은 개인적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자폭탄을 개발하던 당시 오펜하이머는 폭발의 연쇄작용이 멈추지 못하고 지구의 멸망 가능성에 대해 아인슈타인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그때와 연결된 이 장면에서 오펜하이머는 파멸의 연쇄작용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원자폭탄의 폭발로 인한 연쇄작용으로 세계가 멸망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원자폭탄의 존재 자체가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연쇄작용의 시작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의 대화 장면을 오해한 루이스 스트로스가 오펜하이머에게 가지게 되는 복수심과 반감이 오펜하이머의 명성과 인생을 무너뜨리는 파멸의 연쇄작용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영화는 인류에 불을 가져다주고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된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나는 시작이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에게서 불을 훔쳤고, 그 죄로 평생 쇠사슬에 갇힌 채 벌을 받아야 했다.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삶을 시간순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 루이스 스트로스의 청문회, 그리고 오펜하이머의 비공개 청문회를 교차하여 진행합니다. 1959년 상무장관 지명이 걸린 루이스 스트로스의 청문회 장면을 흑백으로, 오펜하이머 시점은 컬러로 진행되기 때문에 구분하기는 쉬웠습니다.

 

 

원자폭탄을 개발하는오펜하이머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을 통솔하는 리더십 넘치는 모습에 감명받기도 하고, 원자폭탄이 인류에 가져올 결과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에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칭송을 받던 그가 정치적인 이유로 소련의 첩자로 몰리게 되는 오펜하이머의 모습을 통해 측은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원자폭탄 투하 이후 오펜하이머는 인터뷰에서 인도의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의 한 구절을 읊었고 이 문장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오펜하이머라의 삶뿐만 아니라 양면성을 가진 무언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평점은 4.5점입니다.


<참고자료>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펜하이머와 '수소폭탄'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과학동아 제작 오펜하이머라는 이름은 다른 유명한 과학자들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오펜하이머는 20

m.dongascience.com

 

 

<참고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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