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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리뷰

[도서리뷰] 아가미

by yeonnni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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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름: 아가미

지은이: 구병모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책 표지 (출처; yes24)

 

책소개
소설가 구병모의 대표작 『아가미』가 돌아왔다. 수많은 마니아 독자들 사이에서 재출간 요구가 속출했던 바로 그 작품이 예쁘게 새 옷을 갈아입고 세상에 새로이 선을 보인다. 『아가미』는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의 슬픈 운명을 그려낸 아름다운 잔혹동화이다. 아가미로 숨을 쉬고 눈부신 비늘을 반짝이며 깊고 푸른 호수 속을 헤엄치는 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소년은 물속에서만큼은 한없는 자유를 느낀다. 곤에게 새로운 이름과 삶을 건네준 강하, 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해류. 삶이라는 저주받은 물속에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간절히 숨 쉬고 싶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가 신비롭고도 아름답게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저도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작품을 통해 구병모 작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8년, 2011년도에 출간되었던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아가미'라는 작품의 제목에 이끌려 책 소개글을 읽어보았고, 아가미를 가진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내용에 흥미가 생겨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분량이었고,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 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책의 두께와 다르게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그다지 가볍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사고로 물에 빠진 여성이 인어 남자에 의해 구출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고달픈 직장 생활과 아픈 어머니를 간병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여자는 우연히 물에 빠지는 사고를 겪으며 삶 자체가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깊은 물속을 헤쳐나가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저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걱정과 고민 속을 헤쳐나가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삶이란 파도가 없고 맑고 투명한 물 속을 헤엄치는 것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물 속을 헤엄치는 고된 삶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물 위에 뜨기 위해 열심히 헤엄쳐나가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정말 이런 일이 있으려야 있을 수도 없겠지만, 또다시 물에 빠진다면 인어 왕자를 두 번 만나는 행운이란 없을 테니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갈 거예요. 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 없는 물이기도 하고. p.22

 

그녀의 이야기 다음으로 11개월째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하고, 폭우와 태풍으로 세간살이를 읽고, 종국에는 월급을 주지 않는 사장을 해치고 아이와 함께 '이내호'에 투신한 아버지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아이는 이내호가 있는 '이내촌'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강하'에 의해 구조됩니다.

 

월급을 주지 않는 사장을 해치고 아이와 함께 '이내호'에 투신한 아버지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아이는 이내호가 있는 '이내촌'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강하'에 의해 구조됩니다.

물속에서 아이를 구해낸 그들은 아이의 귀 뒤에서 아가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곤이 가지고 있던 아가미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책 속의 구절을 통해 아득한 물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생겨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상처처럼 보이는 아가미를 가진 아이는 '곤'이라는 이름을 갖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비늘로 간주하고 싶지는 않으나 결국 비늘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돋아나 한 조각 한 조각이 저마다 다른 반사각을 가지고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을 보았다. (중략) 이는 서서히 생겨난 이변이라는 사실과, 문제의 아가미는 극한의 상황에서 후천적으로 돌연 발생했음을 귀납적으로 짐작하게 해주는 요소이기도했다. p.88

 

남들과 다른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차가워질 수 있는지 작가는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이상하고 특이한 이들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고립과 배척을 이야기합니다. 비단 곤이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남들과 다른 점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남들과는 다른 소수는 사람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거나 혐오의 대상, 그리고  공포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물은 강하였습니다. 강하가 곤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모순적인 감정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가미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아이가 세상에 의해 상처받을 수 있음을 알고 내치지 못하고, 빛나고 아름다운 곤이의 비늘을 자신만 보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물에 빠진 아기를 구한 날, 강하가 곤이에게 한 폭력적인 행동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강하의 폭력적인 행동과 겁에 질린 곤이의 마음이 너무나 날카롭게 묘사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괴로웠습니다. 곤이를 대하는 강하의 모순적인 마음은 알고 있으면서도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강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강하가 그토록 곤이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보았습니다. 다른 이들의 눈에 띄어 이상한 연구소로 끌려갈까 봐? 자신과는 다른 아가미를 가지고 있어서? 남들 눈에 띄지 말라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 하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이유를 헤아리기 힘들었습니다. 왜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지 못하는지 강하와 곤, 두 사람 모두 안타까웠습니다.

강하와 곤이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할아버지의 딸이자 강하의 엄마, '이녕'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오랫동안 헤어져있다가 다시 나타난 이녕은 알코올과 약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이녕이 불편했던 할아버지와 강하가 자주 집을 비우게 되면서 이녕과 곤은 서로의 모습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이녕이 죽게 되면서 강하는 곤이가 도망치도록 합니다. 그렇게 곤이는 강하에 의해 타의적으로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강하의 말은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p. 185

 

도망친 뒤 5년이 지나 리버벨트에서 살아가고 있던 곤을 찾아온 사람은 지난번 곤이가 구해준 '양해류', 그녀였습니다. 인어 남자가 구해준 해류의 경험담을 인터넷에서 본 강하는 해류에게 자신과 곤이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양해류는 할아버지와 강하의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곤을 찾아온 것입니다. 양해류와 만나 강하의 이야기를 듣는 곤이의 모습으로 이 책은 마무리됩니다.

등장인물은 저마다 다른 고충을 갖고 있지만 모두 세상에 소외받고 살아가는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고단한 인생을 묵묵히 살아가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그리 아름다운 곳은 아닙니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항상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는 곤이의 모습은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해류에게 자신의 후회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강하의 모습은 안타까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가 생각났습니다. 두 작품 속 주인공의 공통점은 아가미를 가지고 있는 것과 남들과 다른 아가미를 가졌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배척받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다른 점은 책 아가미에 등장하는 곤은 결국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 영화가 끝났다는 점일 것입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포스터 (출처; Daum 영화)

 

아가미를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척추동물의 발생 초기에 아가미 틈과 항문 뒤쪽 꼬리가 나타납니다. 배아가 발달함에 따라 어류는 각각 아가미와 꼬리로 발달하게 되지만 포유류의 경우, 아가미 틈은 목구멍의 일부가 되거나 특정 기능이 없는 형질로 사라지게 됩니다. 꼬리도 마찬가지로 흔적 기관이 됩니다. 발생이란 수정란에서 어린 개체가 되는 과정으로 인간은 수정란에서 아기가 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유연관계가 가까우면 발생 초기의 배아의 형태가 유사하기 때문에 척추동물의 배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특징은 어류와 포유류가 공통 조상을 공유했음을 알려주는 발생학적 증거가 됩니다.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발생 단계에서 나타나는 아가미라는 특징을 갖게 되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Embryos (출처; google image)
fish gills (출처; google image)

 

제 개인적인 평점은 3.5점입니다.

 

 

* 구병모 작가의 인터뷰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사라질,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 대학신문

취재 비하인드 Vlog가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세요.작가에게 글쓰기란 완전한 인간성을 탐색하는 끝없는 여정이다. 소설가 구병모(44)의 작품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불완전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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