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우리 나라의 중부지방에서는 6월 24일 장마가 시작하여 8월 16일까지 54일간 장마가 지속되어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최장 장마 기간을 기록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은 6개월이 넘도록 지속되면서 한반도 면적의 절반을 넘는 숲이 소실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이상 기후 현상이나 기상 재해가 관측되고 있습니다.
올해 7월, 시베리아 이상고온으로 북극 해빙(海氷)의 면적이 1979년 이후 최저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주변의 편서풍이 약해지고 북쪽으로부터 찬 공기의 유입이 잦았고, 서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고 대류가 매우 활발해지는 반면, 동인도양과 필리핀해 부근의 대류는 억제됨에 따라,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서쪽으로 크게 확장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부근에서 정체전선이 지속해서 활성화되어 장마철이 길게 이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한반도에서 자주 발생하는 태풍과 미 서부의 대형 산불 등의 이상기후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과학계는 해수면 상승 요인 중 하나로 남극 대륙의 '스웨이츠 빙하'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빙하의 아래에는 터널처럼 뚫린 큰 구멍이 발견되었는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마다 구멍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 합동 연구팀은 쇄빙선과 항공 촬영 사진 등의 자료를 토대로 이 거대한 구멍으로 바닷물이 2배 더 들어와 빙하의 붕괴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스웨이츠 빙하가 녹아 없어지면 전 세계 해수면이 65㎝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웨이츠 빙하가 무너지면 주변 빙붕의 연쇄 붕괴로 인해 해수면을 추가로 2m 이상 상승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서 분홍색 빙하가 발견되어 당국과 과학자들이 조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분홍색 빙하가 나타난 현상은 바다에 사는 조류(Algae·藻類)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해당 조류는 그린란드에서 발견된 검게 물든 빙하의 원인이 된 조류와 동일한 종류라고 합니다.
문제는 빙하에 색이 입혀지면 얼음이 더 빠르게 녹는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빙하는 태양에서부터 오는 복사열의 80%를 반사하는데, 조류에 의해 짙은 색으로 변한 빙하의 경우에는 더 많은 복사열이 흡수돼 빙하의 녹는 속도가 빨라지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조류가 자라서 빙하가 어둡게 변해버리면 태양열을 99%까지 흡수하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연구진은 “조류가 퍼지는 원인 중 하나는 등산객 또는 스키 리프트 등 인간 활동일 수 있다”면서 “조류가 많아질수록 빙하는 더욱 빨리 녹아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유럽의 최고봉인 몽블랑 (이탈리아명 몬테 비앙코)의 빙하가 붕괴 위기에 처하여 당국은 정밀 레이더 시스템을 구축하고 빙하의 움직임을 관측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몽블랑의 이탈리아 쪽 지역을 관리하는 발레다오스타주 정부는 그랑드 조라스봉을 덮은 25만㎡ 규모의 빙하가 붕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최근 주변 도로와 빙하 아래 등반로 등을 폐쇄했습니다. 또한 스위스 정부는 20세기 들어 지난해까지 스위스 알프스의 빙하 중 약 500개가 사라졌고, 나머지 4000여개 빙하는 2100년까지 90%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서 국제 사회에서는 ‘기후변화 (climate change)’라는 용어 대신에 ‘기후 위기 (climate crisis)’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지구의 기후가 ‘변화’하는 수준을 넘어 매우 심각하며, 인류가 직면한 위험성을 좀 더 정확하게 직면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앞으로 ‘기후변화’란 표현 대신 ‘기후 비상사태 (emergency)’ ‘기후 위기’ ‘기후 실패 (breakdown)’ 등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또한, ‘기후 위기’와 더불어 ‘지구온난화 (global warming)’도 다른 표현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지구가 데워지고 있다는 ‘warming’ 대신에 끓어오르고 있다는 ‘heating’을 쓰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heating’을 우리말로 바꾼다면 ‘물체가 흰색에 가까운 빛을 낼 정도로 온도가 몹시 높은 상태’를 뜻하는 ‘백열(白熱)’이라는 단어를 써서 ‘백열화’ 정도로 부르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생각보다 심하게 기후가 변해왔으며, 이렇게 바뀐 기후가 우리의 실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되었고, 정말 이제는 ‘기후 위기’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올해 여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긴 장마와 잦은 태풍을 통해 이러한 ‘기후 위기’라는 말이 더 심각하게 와 닿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자료
고은지 기자, <중부지방 ‘54일 최장 장마’ 오늘 끝… 비 그치니 푹푹 찐다(종합)>, https://www.yna.co.kr/view/AKR20200815061451530
기상청 보도자료, <[2020년 여름철 기상특성] 월별 기온 들쑥날쑥, 가장 긴 장마철에 많은 비>
조성민 기자, <알프스에 나타난 ‘핑크’ 빙하…“예쁘다고? 이건 재앙이다”>, http://m.segye.com/view/20200706515231
최예지, <#에너지진짜뉴스 – 호주 산불 원인이 기후위기 때문이라고요?>, http://kfem.or.kr/?p=204723
한승희 기자, <[글로벌 이슈] ‘기후변화’, 이제 ‘기후 위기’라 말하자>, http://futurechosun.com/archives/41900
YTN news, <심상치 않은 ‘운명의 날 빙하’…과학계의 경고>, https://www.youtube.com/watch?v=JiT7xRF4YwE&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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