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복지에서 왜 물고기는 제외되나요?"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인 산천어 축제가 지난 1월 9일 11개 동물권단체들로 구성된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에서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하여 이슈가 된 것 기억하시나요?
산천어 축제는 2km 얼음 벌판 아래에 약 80만 마리(200t)의 산천어를 풀어놓고 잡는 축제입니다. 얼음 벌판 위 뚫린 수천 개의 구멍을 통해 산천어 낚시를 하는 것 외에 '맨손 잡기', '옷 속에 넣기' 등의 이벤트도 진행하며, 지난해까지는 산천어를 손으로 잡아 입에 물고 사진을 찍는 이벤트도 진행 해왔었습니다.
하지만 산천어 축제가 이루어지는 곳은 원래 바다와 떨어져 있어 산천어가 자생하는 곳이 아니며 따라서 축제에 사용되는 산천어는 전국 각지에서 무리하게 운반되어져 옵니다. 또 이렇게 무리한 운송방식으로 공급되어진 산천어들은 5~7일을 굶겨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얼음 속에 투입되죠. 투입된 산천어들은 과밀된 환경 속에서 어류들 간 접촉으로 인해 찰과상을 입게 되고, 이는 산천어들을 빠르게 헤엄치게 만들어 급격한 산소 고갈로 저산소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축제가 끝난 뒤 얼음 속은 스트레스에 의한 면역력 약화와 낚싯바늘 상처 및 찰과상에 인한 수생균 감염 등의 원인으로 물고기의 무덤이 된다고 하네요.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2d9a5ee4b05c88b705b4cc
지난 6월 4일, 산천어 축제가 '동물학대 축제가 아니다'는 검찰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지금 세계는 식용이라도 가능한 덜 고통받게 하자는 추세이며 관련 법안들이 개정되고 있습니다.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양식 물고기의 사육,운반,도살에 다른 가축과 마찬가지로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연어 등 물고기 양식에 동물 복지를 적용해 모든 물고기를 도살하기 전 기절시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일도 물고기 역시 감각이 있는 척추동물이기 때문에 비인간적 학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동물보호법에 제시하고 있습니다.
산천어 축제, 빙어 축제 및 한 때 유행했던 낚시 카페까지. 우리는 왜 다른 동물들에 비해 물고기에게는 다른 동물들 보다 관대한 잣대를 가지고 죄책감 없이 물고기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유흥과 오락을 즐겼을까요?
그전에, 물고기는 정말로 고통을 느낄까요?
제가 물고기의 통각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동물을 깨닫는다>라는 책에서였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바다 낚시가 버킷 리스트 중 하나 였구요. 하지만 책에서는 논문을 인용하여 인체의 아픔을 감지하는 기능을 하는 신경세포인 통각 수용기를 물고기도 가지고 있으며 이 통증 신호를 뇌로 전달해 주는 특화된 신경섬유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따라서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며, 심지어 물고기의 통각 수용기는 입 주변에 많이 분포 해 있기 때문에 낚싯바늘은 물고기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물고기 생물학자 빅토리아 브레이스웨이트(Victoria Braithwaite)는 부화장에서 자란 연어와 송어의 생존율을 높일 방법을 연구하다가 물고기가 통증을 느끼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3년에 무지개송어(Rainbow Trout)를 대상으로 통각 수용기 및 세포의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데 필수적인 특화된 신경섬유의 발견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게 됩니다. 위의 사진은 무지개송어의 세 가지 유형의 스물 두 개 통각 수용기를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입 주변에 통각 수용기가 많이 분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낚싯바늘은 물고기를 아프게 합니다." -책 <동물을 깨닫는다> 114p
뿐만 아니라 브레이스웨이트는 송어의 입술에 미량의 벌침이나 아세트산을 주입하면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송어도 '불편함'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입증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아세트산이 주입된 송어들은 입술을 자갈과 수조 벽면에 문지르면서 우리가 아픈 부위를 완화하려고 문지르는 것과 유사하게 행동합니다. 그리고 비교집단으로 주삿바늘의 따끔함만 경험했던 물고기들이 왕성하게 먹이를 먹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침이나 산을 주입한 지 세 시간이 경과한 뒤에도 물고기들은 먹이를 먹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고기들이 어떤 아픈 느낌을 기억하고 반응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입니다.
물론 '물고기는 사람과 같은 통각을 갖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들은 상처나 염증이 생겼을 때 뜨겁고 아픈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계의 C-fiber가 물고기에는 거의 없으며, 최종적으로 통증을 인식하는 대뇌 신피질(neocortex)을 물고기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 합니다. 감각 신경세 포와 감각 신경계가 있으면 통증을 지각할 수는 있으나,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의식이 동반해야 하므로 고등 중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물고기도 통증을 느낀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스미소니언 연구소 잡지에는 "물고기의 통증은 공인되다 (It's Official: Fish Fell Pain)" 제목의 기사가 실리고,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은 "2012년 케임브리지 선언"에서 "신피질이 없다고 해서 해로운 상황을 감지하지 못한다고 상정해서는 안 된다. 종합되는 여러 가지 과학적 지표로 볼 때 인간 이외의 동물도 의식 상태를 가질 수 있는 신경 해부학적, 신경화학적, 신경생리학적 기질과 함께 의식적 행동을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집적된 많은 증거로 보아 의식을 만들어 내는 신경기질(neurological substrates)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포유동물과 조류 그리고 문어를 포함하여 많은 기타동물들이 신경기질을 갖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초 영국의 벨파스트 퀸스대 로버트 옐우드 교수 연구진은 게와 새우 같은 갑각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실험에서는 게의 다리에 전선을 연결하고 두 동굴 중 한쪽에 들어갈 때만 전기 자극을 줬는데, 놀랍게도 전기 자극을 받았던 동굴에 들어가는 횟수가 크게 줄었고 심지어 전선이 달린 다리를 스스로 잘라내고 도망가는 게도 있었다고 합니다.
'식용이라도 가능한 덜 고통받도록 법적 기준을 만들자'는 주징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동물원 동물들이 보이는 정형행동이 논란이 되며 동물원도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이죠. 이번 글을 통해 적어도 물고기 생명의 목숨을 가지고 재미로 즐기는 축제나, 개인의 손맛을 위해 낚시를 즐기는 것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출처
http://doi.org/10.1098/rspb.2003.2349
http://www.inven.co.kr/board/webzine/2097/1147759
http://senior.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22/2013082201056.html
http://fishillust.com/Do_Fish_Feel_Pain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827729.html
도서 <동물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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