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꿀벌 실종 사건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단순히 양봉업과 농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저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번 기사 리뷰로 다루어 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최근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꿀벌 실종 사건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또한 지난 4월 16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꿀벌 실종 사건을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제주, 전남, 경북 등 우리나라의 남부 지역뿐만 아니라 중부 지역인 충북까지 사실상 한반도 전역에서 꿀벌이 실종되었습니다. 3월 초에 한국양봉협회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227만 6,593군의 벌통 중에 39만 517군이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이는 등록된 벌통 중 17.2%가 사라진 것입니다. 벌통 1개당 1만 5000~2만 마리가 사니 60억~70억 마리가 없어진 겁니다. 피해 금액만 이미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건수첩] 꿀벌 실종 사건
전남: 전남 지역 벌통의 43%에서 꿀벌이 집단 실종. 피해 벌통 규모는 무려 10만 5,900여 군.
경남: 321개 농가의 벌통 38,433군에서 피해 발생. 경남 지역 벌통의 11.1%가 피해를 입음.
제주: 제주 양봉농가의 31.3%에서 꿀벌 피해 발생. 전체 벌통 74,216군 중 15.1%에서 꿀벌이 사라짐.
충북: 충북 양봉농가의 벌통 25만 9,000개 중 19.7%인 5만 1,000개에서 꿀벌 실종.
특히 전남, 경남, 제주 지역의 피해가 컸습니다.
농가들은 월동 중인 벌을 깨워 먹이를 주는 '봄 벌 깨우기' 과정에서 꿀벌이 벌통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월동 기간 벌통 밖을 벗어난 꿀벌들이 다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아래에는 경향신문에서 취재한 현재 양봉업계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인터뷰를 양봉가들의 인터뷰를 요약한 것입니다.
전남 순천시 월등면의 한 마을, 이곳은 양봉가, 박덕귀 씨의 봉장이다. 그는 태풍이 와도 산이 막아주곤 했다는 이 좋은 곳에서, 지난겨울 갖고 있던 거의 모든 벌을 잃었다.
박 씨는 월동하던 꿀벌들을 깨우기 위해 벌통을 열었다.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나기 위해 겉면을 담요로 단단히 감싸 놓았던 벌통이었다. 뚜껑을 여는데 뭔가 허전했다. 벌은 없고 벌통에 넣어둔 소비만 보였다. 소비는 벌들이 벌집을 짓는 직사각형의 납작한 나무틀이다. 평소 같으면 이 판에 벌집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날은 벌들이 애써 만들었을 벌집만 남아 있었다. 월동 식량으로 넣어둔 화분떡(화분에 단백질과 비타민 등을 넣어 떡처럼 빚은 벌들의 먹이)도, 벌이 생산해 둔 꿀도 그대로였다. 벌집 안에는 미처 다 자라지 못한 벌 유충들도 죽어있었다.
그날 갖고 있던 420개의 벌통을 전부 열어봤고, 거의 모든 벌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라졌다’고 한 이유는 죽은 벌의 사체도 없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사는 40년 차 양봉가 오인수 씨도 월동 벌을 깨우다 할 말을 잃었다. 하나의 벌통에 들어있는 벌을 1개 군이라고 한다. 1군의 개체 수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여름에 꿀을 따러 나가기 전에는 5만~6만 마리까지 불어났다가, 월동 전에는 1만 5000마리쯤으로 세력이 줄어든 상태에서 겨울을 난다. 월동 중에는 많은 양봉가들이 벌통을 잘 열어보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괜히 벌통을 여는 것이 벌에게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씨도 두 달만에 벌통을 열었다가 벌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현상을 군집 붕괴 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고 합니다. 군집 붕괴 현상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습니다. 2006년 1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양봉업자가 플로리다에서 꿀벌을 월동시키던 중에 다른 벌통과 다르게 일벌이 드나들지 않는 벌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벌통을 열어보니 여왕벌을 제외하고 모든 일벌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플로리다의 최초 보고 이후 군집 붕괴 현상은 캘리포니아,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 27개 주에서 발생할 정도로 미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꿀벌이 실종된 이유를 두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전자파가 꿀벌의 비행에 문제를 준다, 꿀벌응애와 같은 흡혈 진드기가 주범이다, 바이러스와 곰팡이가 꿀벌을 죽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등등… 다양한 이론이 제시되었습니다. 최근엔 살충제와 바이러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각하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살충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지는데, 네오니코티노이드라는 성분이 들어간 살충제가 꿀벌을 죽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2013년 EU는 해당 농약을 사용 중지하기로 결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해당 성분이 인체에 독성이 매우 낮다는 이유로 '친환경 살충제'라는 이름을 달고 아직까지 사용 중입니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전문가 자문회의를 소집해서 꿀벌 실종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이 꿀벌을 보호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엔 환경계획(UNEP)의 한 이사는 "세계 식량의 90%를 제공하는 100종의 작물 중 70종 이상이 꿀벌에 의해 수분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꿀벌은 작물, 과일, 채소, 식물 등 수분 작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꿀벌이 감소할 경우 생태계 교란과 더불어 농산물 생산이 줄어들고, 더 나아가 인류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과학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식량 생산에 있어서 꽃가루를 옮겨주는 동물들은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채소, 과일, 견과류, 식용유, 향신료, 조미료 등등 다 더해보면 모두 87개의 작물이 꿀벌과 같은 곤충과 새의 도움을 받아 열매를 맺습니다. 게다가 인간의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서 작물 수요도 과거보다 더 커지고 있습니다.
2015년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꿀벌이 사라질 경우 작물 생산량이 줄어 식량난과 영양 부족으로 한 해 142만 명의 사람들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멸종할지 모른다는 경고가 실재하는 위협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꿀벌 실종 사건도 양봉업계와 농업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꿀벌 감소는 양봉농가와 벌꿀 유통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양봉업계 측은 “예년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벌꿀 대흉작으로 생계마저 위협받게 됐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꿀벌의 실종은 농작물과 식물 생장에 큰 악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올해 꿀벌 집단 실종으로 인해 국내 농가는 참외, 딸기, 호박, 오이, 수박 등 작물 수확에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화분매개곤충을 이용한 국내 작목 수는 2011년 19개에서 2020년 27개로 늘었습니다. 이에 사용된 꿀벌, 뒤영벌, 뿔가위벌 등 봉군 수는 같은 기간 34만 8000군에서 61만 5000군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시설채소에서 화분매개 곤충을 이용하는 비율이 48.4%에서 67.2%로 뛰었습니다. 참외 주산지인 경북 성주는 꿀벌 감소 소식에 당장 올해 참외 농사를 걱정합니다. 성주의 참외하우스 5만여 동 중 4만여 동이 벌을 이용한 수분인 탓에 비상이 걸린 겁니다.
벌이 없어도 붓 등을 이용해 인공수분을 하면 됩니다. 일본에서는 수분 목적의 로봇벌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농가들은 “인공수분은 곤충 수분과 비교해 열매 수량과 모양 맛 등 모든 게 떨어진다”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꿀벌 실종 원인을 찾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매우 종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꿀벌 실종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농촌진흥청에선 꿀벌에 기생하는 진드기인 꿀벌응애와 말벌에 의한 피해, 그리고 이상기후가 복합적인 원인이 되어 꿀벌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지난 2년간 겨울 기온이 높은 탓에 벌통을 나섰던 벌들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귀환 도중 얼어 죽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예년보다 빨리 증식한 꿀벌응애 방제가 늦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농진청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의 99호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조사한 결과, “월동 꿀벌 피해 원인은 지난해 발생한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벌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응애가 지목됐습니다. 농진청은 “거의 대부분 피해 봉군에서 응애가 관찰됐고, 일부 농가의 경우 꿀벌응애류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양봉가들에게 응애 피해는 이례적인 일이 아닙니다. 응애는 벌이 있는 한 완전히 박멸하긴 어렵고, 때마다 적절히 관리하면서 양봉을 해야 합니다. 인터뷰한 양봉 농가들은 모두 오랜 기간 그렇게 양봉을 해 왔지만, 이번처럼 벌이 사라진 적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최용수 박사는 “꿀벌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소와 면역에 필요한 물질이 꿀에 들어있다. 꿀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면역 체계가 약화된다”라고 했습니다. 꿀벌이 꿀을 얻기 위해선 꽃이 제때 피고 제때 져야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우리나라에선 그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상 기상은 응애 등 기생충에는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벌은 꿀을 먹지 못해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병해충과 싸워야 했던 것입니다. 또한 병해충을 잡기 위해 더 많은 살충제를 쓰면서 꿀벌 중 가장 어린 개체가 그 살충제에 의해 죽게 됩니다. 결국 월동기에 가장 많이 확보되어야 하는 '어린 일벌'이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월동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방송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신종 바이러스와 병해충을 의심하였습니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올해 꿀벌 실종 피해 농가의 비율과 최근 3년간 드론 방제 면적 비율을 조사한 분포도가 거의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살충제에 사용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에 벌이 장기적으로 만성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기억력 감소, 방향 감각 상실, 비행 능력 저하 등이 확인됐는데, 검역 본부의 검사 결과를 통해 꿀벌의 월동기 중 채취된 꿀벌 시료 중 절반 이상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이 검출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다음 꿀벌이 사라진 농가에서 죽은 벌과 살아있는 벌, 사라진 벌통의 밀랍 등을 채취한 뒤 정밀하게 분석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앞선 검사 결과와 달리 네오니코티노이드 계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과일이나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진드기 응애를 제거할 때 쓰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고, 이 성분은 꿀벌의 신경계에 작용해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꿀벌 응애 방제약이 약효가 진드기가 아닌 여왕벌에게 해로운 영향을 주어 여왕벌의 이상행동으로 인해 여왕벌이 벌통을 벗어나자 이를 따라 일벌이 함께 탈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꿀벌 실종의 주범은 기후 변화이지만 공범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몇 년간의 영향이 쌓이고 쌓여 올해 꿀벌 집단 실종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실종에 대한 원인을 알게 되었으므로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 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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