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의 반격, 바이러스를 이겨낸 ‘한라벌’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
아인슈타인의 예언으로 알려진 이 말은
사실 프랑스 양봉업자들의 주장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나올만큼 인류와 자연 생태계에서 벌의 역할은 중요한데요.
전 세계 식용 작물의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활동에 의해 결실을 맺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꿀벌의 개체 수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토종벌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2009년,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토종벌의 95% 이상이 궤멸되었고,
꿀벌 산업 전체가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토종벌의 코로나’라 불릴 만큼
이 병은 치사율도 높고 전염성도 강해서,
한 번 감염되면 반경 수 킬로미터 안의 벌통들이
모두 폐사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놀라운 회복력을 보인 토종벌이 있습니다.
바로 '한라벌’입니다.
한라벌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7년에 걸쳐 품종 개량한 토종벌로,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저항성을 지닌 것이 특징입니다.
감염되더라도 여왕벌을 교체하면
벌통 전체가 다시 살아날 정도로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이 강합니다.
또한 활동성도 좋아 꿀을 잘 모으며,
양봉 농가에서도 실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정교한 ‘인공수정 기술’이 있었습니다.
숫벌에게서 채취한 정자를 여왕벌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인데요.
서양 꿀벌과 달리 동양 토종벌은 교미 구조가 까다로워
그동안 인공수정이 어려웠지만,
끈질긴 연구 끝에 성공적으로 기술이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엔 15년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지만,
국립농업과학원의 연구를 통해 7년 만에 품종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실제 농가 보급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충남 금산군에서는 올해 기준
20여 개 농가, 1,200여 군의 한라벌을 증식했고,
2025년까지는 2,000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회전식 벌집틀 보급과
벌 소멸을 줄이기 위한 기술 지원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요즘은 서양 꿀벌도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진드기성 병충해인 ‘응애’가 퍼지면서
양봉 농가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응애는 벌 몸에 달라붙어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폐사를 유도하는데,
문제는 약제 사용이 너무 길어지면서
내성까지 생겼다는 점입니다.
농촌진흥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라벌 개량 노하우를 바탕으로
‘응애 저항성 품종’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5곳에 품종 증식장을 두고
다양한 교배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결과가 더욱 기대됩니다.
5월 20일은 ‘세계 벌의 날’이었습니다.
꿀벌은 단지 꿀을 만드는 곤충이 아니라,
우리의 식탁과 생태계를 지키는 중요한 생명체입니다.
앞으로도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
참고자료
https://www.sisadays.co.kr/mobile/article.html?no=23581
https://www.seoul.co.kr/news/plan/photo-documentary/2021/10/29/20211029025001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108148
https://www.yna.co.kr/view/AKR20231109057700063
https://youtube.com/watch?v=mQVYZ6V5UN8&si=AUZPwUptyjPsmbfd